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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 재출시에 30대 직장인도 ‘심쿵’


입력 2022.03.02 14:33 수정 2022.03.02 14:3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SPC삼립 ‘포켓몬빵’, 20년만에 재출시 후 불티

SNS서 매장 위치 공유…콜렉션 자랑글도 잇따라

식품 재출시 열풍 이어질지 주목

SPC삼립은 지난 23일 포켓몬빵 7종을 재출시 했다. ⓒSPC삼립

1990년대 캐릭터 스티커 수집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빵’이 재출시되면서 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 순회는 물론 예약 구매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달 23일 포켓몬빵 7종을 재출시 했다. ‘진화’를 테마로 맛과 품질은 물론 제품의 핵심인 151개의 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을 159개로 늘려 선보였다. 단종된 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재출시를 하게 됐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1999년 출시된 ‘포켓몬스터’의 위력은 대단했다. 어린이 고객을 중심으로 빵 속에 들어있는 ‘포켓몬 띠부씰’을 수집하는 광풍이 일면서 제품이 슈퍼마켓에 들어오는 족족 동이 났다. 당시 발품을 파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큰 이슈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포장을 뜯기 전까지 어떤 띠부씰이 들어있는 지 알 수 없다는 제품 특징상 진열된 빵을 뭉개면서 씰을 뒤집어 보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고, 빵은 버리고 띠부씰만 갖는 어린이까지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샀다.


SPC그룹 관계자는 “전성기에는 월 평균 500만개가 판매 될 정도였다”며 “포켓몬스터 빵은 대표적인 국민 간식에 스티커를 결합해 소비자들의 수집욕을 자극한 캐릭터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포켓몬빵 열풍은 20여년이 지난 최근 다시 재현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포켓몬빵을 종류별로 싹쓸이해 왔다는 후기가 넘치고 있다. 재고가 남아있는 매장 위치를 공유하는가 하면 자신이 모은 ‘컬렉션’을 자랑하는 글도 눈에 띈다.


누리꾼들은 빵을 뜯었는데 원하던 스티커를 얻지 못해 실망하거나, 희귀 스티커를 얻고 기뻐하는 모습을 공유했다. “포켓몬빵 10개를 뜯었는데 ‘깨비드릴조’만 나왔다”, “편의점 여러 곳을 들렀는데 빵을 못 구했다”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인기 요인은 다양한 것으로 분석된다. 레트로 열풍으로 밀레니얼 세대에서 포켓몬 빵이 재조명되면서 그간 온라인을 통해 재출시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적은 비용으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꾀하는 것과 키덜트 문화 역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포켓몬빵 이미지.ⓒ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포켓몬빵의 인기에 힘입어 편의점 양산빵 전체 매출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편의점 이마트24의 경우 지난 주말 양일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포켓몬스터빵 3종이 전체 양산빵 상품군에서 1~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양산빵 매출은 29% 뛰었다.


반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되팔기 논란도 있다. 포켓몬 스티커를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모음집 한 권의 거래가가 6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포켓몬빵과 같이 소비자 요구로 과거 제품을 재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재출시되는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효과가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고객은 원하던 상품을 다시 접해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좋고, 기업은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대표적으로 종합식품기업 팔도는 지난해 12월 학창 시절 ‘소풍 필수템’으로 꼽히던 ‘뿌요소다’를 24년 만에 재출시했다. 뿌요소다는 1998년 출시돼 큰 사랑을 받았던 음료다. 첫 출시 당시 한 달 만에 650만 병을 판매하는 성공을 거둔 바 있다.


2003년 라면 사업을 접었던 빙그레 역시 팔도와 협력해 ‘매운콩라면’을 재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제품 생산 및 포장은 팔도가 맡고, 유통·판매는 빙그레가 전담하는 형태다. 양사는 매운콩라면 판매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상은 경제불황과도 연관이 깊다. 신제품 출시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성공확률이 낮다보니 식품회사들이 기존 메가히트 상품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자들도 보수적인 소비를 지향하면서 자연히 신제품보다는 기존 인기 상품을 선호하고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도전하지 않고 기존에 검증된 제품만 고집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어려울수록 지출을 아끼기 위해 소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기존에 알던 맛과 추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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