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굴종으로 지속가능한 평화 얻어지지 않아"
李 "무력으로 억지해 전쟁을 이기는 건 하책"
安, "동맹국과 보편적가치 입각해 외교 수행"
沈 "포퓰리즘과 미·중 간 눈치보기 외교 탈피"
대선후보 4인이 25일 개최된 TV토론에서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면서 충돌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에 의한 상대 도발 억지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다 부서지고 죽고나서 이기면 뭐하나"라고 반박하며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두 번째 TV 토론회에서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윤 후보는 "1950년대 우리가 힘으로, 군사력으로 억지할 능력이 있었다면 6·25 같은 참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대 비위를 맞추고 굴종하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가 얻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무력으로 억지해 전쟁을 이기는 건 하책이다"이라며 "중요한 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건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라며 윤 후보를 겨냥했다.
안 후보는 "한미동맹을 놓고 타 동맹국과 보편적 가치, 규범에 입각해 우리 외교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며 "(안보문제에) 냉철한 국가적 이성을 갖고 대처하는 게 맞는데 현 정부는 민족적 감성에 의존하다보니 국익에 훼손되는 일이 많았다"고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감정과 혐오 아닌 이성과 국제 규칙에 의거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평화외교를 펼치겠다"며 "외교를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는 포퓰리즘과 결별하고, 미국과 중국에 눈치보기 줄서기 외교를 탈피하겠다"고 피력했다.
李 "빙하 타고 온 둘리같다"…尹 "정상적인 질문을 하라"
"우크라이나, 먼 나라' 발언 내자 이재명 '발끈'
安-尹,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두고 의견차이
윤석열 "美현지 핵 폭발력 조절해 전술적 사용"
이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지금도 여전히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자고 주장하고 계시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그런 주장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사과한 이 후보는 "유럽식 핵 공유도 수송과 투발은 유럽이 맡아도 핵 통제권은 미국이 갖고 있다. 새로 말씀하신 핵 공유는 어떤 것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윤 후보는 "저한테 물은 것인가"라며 "저는 핵 공유 얘기한 적 없다. 안 후보에게 여쭤보라"며 이 후보의 실수를 두 차례나 지적했다.
이 후보는 지속해서 "윤 후보께서 새롭게 포괄적 안보동맹으로 가야 한다면서 내세운 두 가지가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들어 있다"며 "그런 게 많으시다. 하고 있는 걸 왜 또 하느냐"고 윤 후보를 겨냥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시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윤 후보님, '빙하 타고 온 둘리 같다'고 혹시 들어보셨느냐"고 비꼬았다. 이에 윤 후보는 "정상적인 질문을 하시라. 팩트에 근거해서"라고 대응했다.
윤 후보도 이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윤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금융 불안이 일어날 수 있고, 국내 안보 위협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후보께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터지니까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 일이고 우리하고 무관한 일이라고 처음에 말했다"며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안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 아닌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에 이 후보는 "제가 드린 말씀은 '먼 나라 일인데 우리나라의 주가가 떨어질 만큼 영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 일부를 떼어서 그렇게 왜곡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또 이 후보는 "전쟁은 정치인이 결정하고, 전장에서 죽는 것은 젊은이"라며 "윤 후보는 너무 거칠고 난폭하다. 사드 배치가 꼭 필요하냐는 반론도 있는데, 우리가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도 있는데 그것(사드)을 쓰는 것이 이상하다"고 질문했다.
윤 후보는 이에 "이 후보께서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평화라는 것은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만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고,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그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로는 오히려 더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고 대응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는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 가지고 국가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실제로 대비는 철저히 하면서도 외교적으로 소통·협의를 잘하며 관리해야지 큰소리 뻥뻥 친다고 되느냐. 그걸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발언하자, 윤 후보는 "극초음속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저런 말씀을 하셔서 군통수권자와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된다"고 맞받았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핵우산, 전술핵 등을 비롯한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두고 의견차이를 나타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안 후보의 질문에 "확장억제는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아시아 지역에 배치한 전술핵 등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후보가 '전략핵이 아니라 전술핵이라고 말씀하셨나'라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에서 쓰는 건 전략핵이라 봐야 한다. 거기서도 그 탄도의 규모를 폭발력을 조절해서 전술핵과 마찬가지로 쓸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재차 안 후보가 '지금 말씀은 그게 아니라 미국 본토 ICBM을 쓰자는 말이라 이해 가지 않는다'고 묻자, 윤 후보는 "괌에, 미국에 전술핵이 있으면 미국 전투기가 싣고 (가서) 대응하는 건데 그 시간보다 반덴버그 전략핵을 폭발력을 축소해 전술핵 규모로 해서 대응하는 게 시간적으로 더 적게 걸린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