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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파업 장기화에 노-노 갈등 심화…“파업 끝나도 후유증 심각”


입력 2022.02.25 07:03 수정 2022.02.25 23:10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거래처 지키기 위해 사비 들여 경쟁사 택배 이용까지

노조 간 갈등도…한국노총, 본사 점거 과정 폭행에 대한 사과 요구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022 전국 택배노동자 대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지부(택배노조)의 파업이 두 달 가량 장기화되면서 비노조 택배기사와 노조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비노조 택배기사의 수익도 감소하고 있는 데다 택배 터미널 출차를 방해하면서 배송 지연 등 피해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과 노조의 대화가 성사되면서 파업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파업 이후에도 노-노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작년 12월28일 시작된 택배노조의 파업은 25일 기준 60일째에 접어들었다. 이들이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지는 16일째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본사 출근이 중단된 임직원들은 물론 현장의 대리점과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노조의 본사 점거로 인해 신규 수주 제한 등 손실액은 하루 약 10억원으로 지금까지 160억원 규모의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업 장기화에 비노조 택배기사 수익↓, 소비자 불편함↑


현장에서는 화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거래처 물량을 지키기 위해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추가 요금을 들여가며 파업 지역 물량을 경쟁사 택배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가뜩이나 물량이 줄어든 마당에 경쟁사 택배비용까지 부담하다 보니 일은 일대로 하면서도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하소연까지 제기되고 있다.


화주들이 돌아서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대리점은 물론 택배기사들의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22일 택배노조의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출차 방해로 배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곤지암 허브 터미널은 하루 약 250만개의 택배를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노조의 출차 방해로 수도권 택배의 발송이 일부 지연됐다. 불법파업과 본사 무단점거에 이어 터미널 출차 방해까지 겹치면서 택배노조에 대한 여론도 급격하게 악화됐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수입 감소로 파업 현장에서 이탈해 현장에 복귀하는 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이 늘고 있지만, 비노조 택배기사와 노조 소속 택배기사 간 갈등의 골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비노조 택배연합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 중인 택배노조 앞에서 맞불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김슬기 비노조택배연합 대표는 “쿠팡 같은 유통회사가 택배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확장을 노리는 이 시국에 연대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모든 택배기사의 밥그릇을 깨부수는 행위”라며 “더는 이 무의미한 행동을 이어갈 이유도, 택배노조를 응원해 주는 국민도 없다. 파업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일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택배노조 파업 농성장에서 진경호(왼쪽)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과 김종철(앞 가운데)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회장이 택배노조 파업 58일 만에 공식 첫 대화를 마치고 노조, 연합회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노사 갈등에서 노조 간 갈등으로도 확대…파업 끝나도 앙금 해결 쉽지 않을 듯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택배노조원의 파업쟁의권 박탈과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자신을 택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노동자의 권익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사업자 택배노조'의 만행을 강력히 제재해 주실 것을 청원한다”고 썼다.


이 청원은 등록 4일째인 24일 오후 2시 현재 2000건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업이 끝나도 한동안 노-노 갈등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22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과 택배노조가 대화에 나서면서 파업 해제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노-노 갈등에 대한 심각한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 간 갈등도 불거지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CJ대한통운 노조가 소속된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택배노조 200여명이 CJ대한통운 본사에 불법 침입해 점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CJ대한통운노조 조합원 포함 30여명이 집단으로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후 동일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 노동조합은 결코 좌시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노조 파업으로 거래처 물량이 떨어져나가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비노조 기사들의 수익도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수익 감소에 더해 정상적인 배송을 방해하는 등 손실까지 누적되면서 노조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지역에 같이 근무하는 택배기사라면 택배 터미널에서 매일 마주쳐야 한다”면서 “향후 파업이 해결돼 택배노조 기사들이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기사들 간 앙금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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