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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가동률 22개월 만에 80%대 회복…"봄이 왔다"


입력 2022.02.24 11:39 수정 2022.02.24 11:39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정유사 1월 평균 가동률 81.6%…전년 동월비 9.9%p↑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 기대감에 정유사 실적 '청신호'

러시아·우크라 갈등으로 인한 유가 변동성은 '리스크'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올해 초부터 국내 정유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80%를 넘어서며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2020년 3월 이후 22개월 만으로, 석유 수요 회복세가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석유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정유사들의 실적도 지난해를 웃돌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충돌로 유가 변동성이 커진 것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1월 평균 가동률은 81.6%로 전월(2021년 12월)과 비교해 2.9%p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9.9%p 뛰었다.


정유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80%를 넘어선 것은 2020년 3월(80.65%) 이후 22개월 만이다. 2020년 초 당시 코로나 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자 정유사들도 정제설비 가동에 타격을 입었다.


실제, 정유사들은 수요 부진에 정제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석유제품 생산량을 조절해왔다. 2020년 연간 석유 제품 생산량은 11억5900만2000 배럴(bbl)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7.3% 감소했다.


2021년에도 부진은 지속됐다. 제품 생산량은 11억6377만6000 배럴로 2020년 생산량 보다는 소폭 늘었으나 2019년 수준(12억5071만 배럴)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평균 가동률은 2019년 연평균 82.9%에서 2020년엔 75.9%로 미끄러졌고, 2021년에는 이 보다 적은 74.4%에 그쳤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위드코로나' 국면을 맞이한 후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정제 공장 가동률도 우상향했다. 지난해 상반기 72.63%에 그쳤던 평균 가동률은 같은 해 하반기 76.13%로 증가하며 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 에쓰오일의 원유정제설비(CDU) 가동률은 2019년 95.4%에서 2020년엔 96.1%로 늘었으며 지난해엔 97.8%로 증가했다. 작년 4분기 가동률만 보면 98.7%다. CDU는 원유를 끓는 점의 차이에 따라 LPG,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등 각종 석유제품으로 분리하는 공정을 말한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하반기 68% 수준이었던 CDU 가동률을 대폭 상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021년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CDU 가동률을 85%로 상향해 운영 중"이라며 "견조한 가솔린 시황을 반영해 전 기간에 RFCC(중질유 분해시설) 공장을 최대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RFCC는 중질유를 유동성 촉매를 이용해 고온에서 분해하는 공정으로 이 과정을 통해 휘발유, 혼합 부탄, 프로필렌 등을 만든다. 마진이 높은 경유(디젤), 휘발유(가솔린)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정유사들이 이들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요 에너지 기관들도 올해 석유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8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 전망치인 1억79만 배럴에서 1만 배럴 상향했다.


국내 정유사 월평균 가동률 추이.(자료:한국석유공사)ⓒ데일리안

이는 지난해 석유 수요(9665만 배럴) 보다 4.3% 많은 수치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1억10만 배럴)을 70만 배럴 상회한다. OPEC은 올해 석유 수요의 1등 공신은 차량용 연료로 주로 쓰이는 휘발유, 경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이달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를 전월 보다 9만 배럴 많은 하루 평균 1억61만 배럴로 올렸다. 내년 석유 수요도 21만 배럴 상향한 1억227만 배럴로 조정했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오미크론 영향이 석유 수요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실적도 청신호가 켜졌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2월 셋째주 현재 배럴당 7.4달러를 기록하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 충돌 가능성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4월물 WTI(서부텍사스유)는 23일(현지시간) 기준 92.10달러로 전일 대비 0.19달러(0.2%) 올랐고, 4월물 브렌트유는 96.84달러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1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오른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지정학적 이슈가 주 원인이다.


JP모건은 양국을 둘러싼 갈등이 공급 쇼크로 이어질 경우, 올 1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유가는 석유 제품 수요 회복과 공급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호재와 악재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코로나 규제 완화로 이동 수요가 증가하며 휘발유·항공유 가격이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도 "유가가 너무 오르면 석유 제품 수요가 위축돼 정유업계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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