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몇 개월 동안 2주·2주·2주 희망고문만 하다, 밤9시→밤10시 찔끔 완화"
"코로나 밤9시엔 안 걸리고 이후엔 걸려서 여태 영업시간 제한했나"
시민 "몇 명 이상 모이지 말라? 어차피 식당가면 모르는 사람들과 다닥다닥 앉아 먹어"
전문가 "사회·경제적 피해를 방역 완화로 회복시킬 수 있나?…해외선 정점 지나야 완화조치"
하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대로 늘어난 가운데, 정부는 18일 사적모임 인원은 6명을 유지하되, 밤9시로 제한된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밤10시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5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를 시행한 이후 46번째 조정안이다. 기약없이 조였다 풀었다만을 반복하는 거리두기 조정에 시민들의 피로감은 누적되고 있고, 전문가들은 정부 방역완화 조치의 효과와 시점의 적절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보다 심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18일 서울 잠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2년째 적자 장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코로나 모임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급감했다. 이씨는 "K방역 자화자찬하고, 전 국민의 절반 이상 백신 접종하면 집단면역 가능하다고 큰소리쳤는데, 정부가 몇 개월 동안 2주, 2주, 2주 연장을 해 희망고문만 하니 믿고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막막할 뿐이다. 9시나 10시나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백날 사적모임 인원, 영업시간 제한으로 거리두기 조정해 봐야 답이 없어 보인다"며 "코로나는 9시까지는 안 걸리고, 9시 이후에는 걸려서 여태 영업시간 제한을 둔 것인가. 그런데 어째 확진자는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1시간이라도 영업시간을 늘려줘서 고맙긴 한데, 우리는 고깃집이라 저녁 장사가 중요한 만큼 기왕 연장해주는 거 12시까지 연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2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인 50대 자영업자 강모씨는 "원래는 저녁에만 장사했었는데 지금은 오전에도 손님 한 분이라도 더 받으려고 점심 메뉴를 팔고 있다"며 "9시 영업시간 제한일 때는 8시 20분 정도까지만 홀에 주문을 받고, 문 닫을 준비를 했으니 장사가 제대로 됐겠는가. 사실 10시로 늘었지만 하루하루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계속 바뀌는 거리두기 조치는 자영업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피로감도 배가되고 있다. 잠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정모(32)씨는 "몇 시 이후부터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니고, 몇 명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지만 어차피 식당가면 모르는 사람과 다닥다닥 앉아 먹을 수 밖에 없는데, 무슨 차이가 있나"고 반문하고 "거리두기 정책이 하도 자주 바뀌어서 몇 시까지 식당과 카페 이용이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이제 자율에 맡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 방역완화 조치의 효과와 시점의 적절성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정부의 방역완화 메시지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며 "대부분의 나라들은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지났다고 판단됐을 때 결정을 하는데, 우리나라 유행 상황은 해외와 달리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정점이 지났다고 판단하려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야 하고, 위중증 환자도 더 이상 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특히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방역 완화로 회복시킬 수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방역의 고삐만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심도 있는 대응이 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해외를 보면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단계에서 방역 조치를 크게 완화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