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믿기지 않는 실수 연발
울먹이며 나온 최연소 선수 둘러싸고 의혹만 커져
고개 숙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위로와 격려는 당연히 없었다.
발리예바는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서 펼쳐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1.93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82.16점으로 1위에 올랐던 발리예바는 합계 224.09점으로 최종 4위에 그쳤다.
‘신기록 제조기’ ‘피겨 천재’로 불렸던 발리예바는 금지약물복용 논란 앞에서 끝내 무너졌다.
첫 점프 쿼드러플 살코는 정상적으로 소화했지만 트리플 악셀 중 균형을 잃고 흔들렸다. 쿼드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도 균형을 잃었고, 다음 점프에서는 넘어졌다. 이후에도 엉덩방아를 찧는 굴욕을 당했다.
연기를 마친 발리예바는 눈물을 쏟았다. 발리예바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최연소 선수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그에게 진정한 위로와 격려는 ‘당연히’ 없었다.
일각에서는 “ROC 선수들의 파티가 될 시상식을 정상적으로 열리게 하기 위해 일부러 넘어진 것 아니냐. 러시아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참고로 러시아 선수들이 러시아 국기가 아닌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이유는 도핑 파문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 소치올림픽 당시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징계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CAS는 러시아에 2022년 12월까지 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등 국제 대회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징계를 내렸다).
경기 전 IOC는 도핑 파문 속에도 출전 자격을 얻은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진입하면, 간이 시상식과 메달 수여식 자체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언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연기로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ROC의 안타 셰르바코바(금메달) 알렉산드리 트루소바(은메달)의 시상식은 정상대로 열렸다.
억측에 가까운 의혹도 합리적 의심으로 들릴 정도로 ROC의 신뢰는 발리예바가 갈아치웠던 기록들의 가치와 함께 다시 한 번 추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