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
종전선언 관련 입장 묻자
"성김 등 北 이슈 담당자나
韓 외교부에 물으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미 간 종전선언 문구 합의를 마쳤다"고 거듭 밝힌 가운데 미국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합의된 문구'를 차기 정부가 계승해 실질적 진전을 이루길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염두에 둔 듯 관련 언급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15일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공동주최한 화상 간담회에서 '한미가 종전선언 문구에 합의했다'는 주장과 관련한 미국 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나는 북한 문제를 담당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관련 질문이 지속되자 성김 대북특별대표, 정박 대북특별부대표 등 국무부 내 북한 담당자나 한국 외교부에 질의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나는 북한 이슈를 가까이서 챙기지 않고 있다. 나는 실언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거듭된 '선 긋기'에도 한국 측 인사는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공동성명 등에 종전선언이 언급되지 않은 배경을 재차 물었다.
이에 램버트 부차관보는 "내가 말한 것을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다시 말하지만 나는 한국 이슈를 담당한다. 북한 이슈를 담당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 답변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램버트 부차관보가 한미일 외교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댄 하와이 일정에 참여했던 인사라는 점에서 '의도적 침묵'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앞서 램버트 부차관보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간담회에선 북한 관련 발언을 다수 내놓은 바 있기도 하다.
당시 그는 북한 문제가 본인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당국자로서 미 국무부 입장을 최대한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선 한미가 "가끔 전술에 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양국의) 전략적 목표는 똑같다"고 언급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 목표'에 이견이 없지만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전술 방식', 즉 종전선언 등 문 정부 대북구상에 대해선 선을 그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결국 '동맹강화'를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문 정부를 존중해 종전선언 논의를 진행하되 구체적 입장 표명이나 행동은 삼가며 거리두기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미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정의용 장관이 처음으로 '문구 합의'를 공개 언급했을 당시에도 진위 여부에 대한 답변을 삼간 바 있다. 국무부는 당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외교를 통해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만 했다.
쿼드 '비안보 분야' 韓 참여 가능성 언급
한편 램버트 부차관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쿼드(QUAD)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유일한 핵심축'으로 규정하며 한국 참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협력체인 쿼드는 '반중 군사전선' 색채를 빼고 포괄적 협력체의 틀을 갖춰가며 역내 국가들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쿼드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라며 "핵심축 중 하나가 아니라 단 하나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든 쿼드에 참여할 수 있다"며 쿼드가 관여하는 이슈가 "안보만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등 비안보 분야가 있다. (한국은) 여기에 참여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