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혐의 무죄 인정돼 감형…법원 "경찰 신분 밝힌 글 등 101개 무죄"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여론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형량이 감경됐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김대현 하태한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 전 청장은 경찰과 관련한 근거 없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적법한 직무 범위 내에서 온라인 댓글 작업을 했을 뿐 위법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가 조 전 청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던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기소된 총 1만2880건의 댓글과 SNS 글 가운데 101건을 무죄로 판단했다. 무죄로 판단된 글들은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작성·게시한 글, 차량 2부제 참여의사를 밝힌 시민에 자부심을 표현한 글, 학교폭력 근절을 희망한다는 글 등이다.
조 전 청장과 경찰청이 추진하던 정책을 비난하거나 경찰을 비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인용한 글, 민주주의에 따라 시위를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 경찰이나 군대에서 구타를 근절해야 한다는 글 등도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한 혐의를 두고 "경찰이 조직적·계획적으로 국민의 의사형성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헌법 질서에 반하고, 경찰을 향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게 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임한 기간이 27개월인데, 압수수색으로 확인한 인터넷 게시물 중 기소한 댓글이 1만2800여개에 불과해 국정원이나 기무사 등 다른 기관의 여론조작 댓글보다 현저히 적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은 피고인이 정치 편향 댓글로 여론조작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 전체 댓글 가운데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등의 댓글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안·정보·홍보 등 경찰조직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과 SNS 글을 온라인에 게재하게 한 혐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청장은 이와 별도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현금 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0만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