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온라인 쇼핑 급성장 등 악재에도 수익성 큰 폭 개선
보복소비 여파에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 효과 더해져
3사 수장 모두 패션‧명품 전문가…상품 경쟁 한층 치열해질 듯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백화점업계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명품과 해외패션 등 핵심 상품군이 전체 성장을 견인한 데다 새롭게 큰 손으로 부상한 MZ세대 유입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빅3는 지난해 모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특히 신세계와 현대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롯데는 대형마트, 이커머스, 슈퍼 등 주요 사업부 중 백화점만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매출액 2조1365억원, 영업이익 362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0%, 101.6%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작년 대전 Art & Science 신규 오픈과 강남점 리뉴얼 등으로 매출 규모가 늘어난 데다 마진율이 높은 해외패션, 명품 장르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인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통해 면적을 확대하고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매장을 분산 배치하는 등 전략을 통해 작년 한 해에만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거래액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기준 전 세계 백화점 단일 점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0.2%, 53.5% 증가한 2조1032억원, 3048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매출 규모다.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명품, 해외패션이 큰 폭으로 성장했고, 20~30대 MZ세대 유입이 대폭 늘었다.
작년 2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 오픈을 비롯해 판교점 등 주요 점포의 영패션전문관 리뉴얼, 20~30대 VIP고객 유치를 위한 전용 VIP 라운지 ‘클럽YP’ 론칭 등 전사적인 MZ세대 공략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작년 현대백화점 20~30대 매출액과 고객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대와 30대 고객 수는 전년 보다 각각 86.7%, 54.2% 늘었고, 20~30대 매출 비중은 43.4%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2030대 우량 고객이 몰리며 20대 고객 매출이 전년 대비 95.8% 늘었고 30대 매출은 40.3%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매출액 2조8880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전년비 증가폭은 각각 8.8%, 6.4%로 3사 중 가장 낮았다.
하지만 롯데쇼핑 내 할인점, 이커머스, 홈쇼핑, 전자제품전문점 등 주요 사업부 중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백화점이 유일하다.
명품과 해외 패션, 남성 스포츠, 골프 장르가 호실적을 거뒀지만 작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실시한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600억원)이 반영되면서 3사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장폭이 낮았다.
백화점 3사는 올해도 명품과 해외패션에 경쟁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임원인사를 통해 3사 백화점 수장은 모두 패션과 명품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작년 그룹 인사에서 롯데백화점 대표로 선임된 정준호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 본부장을 비롯해 패션전문회사인 롯데지에프알(GFR)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신세계 근무 당시 아르마니, 몽클레어, 메종마르지엘라, 아크네 등 30여개 유명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해외패션 전문가로 꼽힌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명품 전문가로 통한다.
신세계면세점 대표 시절 기존 롯데‧신라면세점을 제외하고 신규 면세점 중 유일하게 3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했다. 2020년 퇴임 이후 작년 신세계백화점 대표로 다시 선임되면서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명품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그룹 패션전문회사인 한섬 대표를 역임했다. 한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노세일, 고급화 전략과 과감한 브랜드 구조조정을 통해 2017년 매출 1조원 시대를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편 작년 단일점포 매출 순위는 신세계 강남점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롯데 잠실점, 롯데 본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현대 판교점 등 순으로 집계됐다. 상위 20위 안에는 신세계가 7곳, 현대가 6곳, 롯데가 4곳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