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 노인 중심 공공 일자리 ↑
저숙련 일자리 늘고 중숙련 지속 감소
줄어든 제조업 취업…임금 양극화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자리 구조까지 변화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서 일자리 수는 늘어난 반면 질적인 측면에서는 양극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 구조 변화라는 시대적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 양극화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고용 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분기 취업자수 증감률을 비교한 결과 택배·배달 등 저숙련 일자리는 3.9% 늘어나고 사무·판매·조립 등 중숙련 일자리는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전문직 등 고숙련 일자리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복 업무를 하는 생산직 일자리가 로봇·자동화 등으로 대체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배달원 등 단순 노무 일자리가 증가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중숙련 일자리의 경우 기업들이 자동화로 대체하기가 쉽고, 비용 절감의 편익도 크기 때문에 고용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가 9%로 가장 많이 줄었다. 반면 공공행정(9.2%)과 보건복지(15.5%) 등에서는 크게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어난 공공부문 일자리 영향이 컸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공공부문 일자리는 276만6000개로 2019년보다 16만4000개(6.3%) 증가했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통계 작성 이래 2016년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공공 일자리는 일반정부에서 237만5000개로 15만5000개(7.0%) 늘고 공기업에서 39만1000개로 9000개(2.3%) 늘었다. 연령대로는 노년층 증가가 많았다. 60세 이상 공공부문 일자리는 1년 전보다 4만6000개가 늘면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 상황에서도 공기업의 정규직 신규 채용은 감소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2021년 공기업 35곳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은 5917명에 그쳤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절반(47.3%) 가까이 감소했다. 35개 공기업 가운데 23개가 신규 채용 인원을 줄였다.
리더스인덱스는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공기업 채용이 증가하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연속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중숙련 일자리는 임금 충격도 다른 일자리보다 심각했다. 2020년과 2021년 중숙련 종사자 평균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2017~2019년 평균과 비교해 4.3% 감소했다. 고숙련(-2.3%)과 저숙련(-3.5%) 종사자보다 모두 줄었는데 중숙련 일자리 하락 폭이 더 컸다.
한국은행은 “향후에도 감염병 리스크(위험) 완화, 노동비용 절감을 위한 자동화 대체, 비대면 생활방식 등이 지속하면서 반복업무 강도가 다른 일자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중숙련 일자리는 고용조정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숙련 일자리 여건 악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ILO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2019년 한국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3만 명으로, 2015년(461만명) 대비 3.9%(18만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일본과 독일, 미국의 제조업 취업자가 각각 3.3%(34만명), 3.3%(25만명), 3.1%(49만명) 증가한 사실과 비교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은행은 “임금 양극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일자리 양극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재택근무 확산이나 플랫폼 노동자 증가 같은 근로조건의 변화, 자동화 확산 등은 기업의 노동수요 및 가계의 노동공급 행태에 지속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용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도록 직업훈련 정책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