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급감...지난해 17.37% ‘역대최저’
코로나19 예비용 수요↑, 글로벌 공통 현상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고액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5만원권이 자취를 감췄다. 올해는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아 화폐 기회비용이 늘어나며 5만원권이 더 귀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지하경제 양산을 부채질 할 수 있고, 투자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경제 가속화로 현금 발행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가운데 5만원의 환수율 제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17.37%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5만원권 20장을 발행할 때 2장도 채 회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은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발행한 5만원권 규모는 23조8431억5400만원으로 이 중 환수된 금액은 4조1421억1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만원권 환수율은 급감하고 있다. 5만원권이 첫 발행된 해인 2009년 이후 2014년(25.8%)을 제외하고는 매해 40~60%대를 기록해왔다. 환수율은 2018년 67.4%, 코로나19가 발생한 직전인 2019년은 60.1%를 찍었으나, 2020년 24.2%로 추락한 뒤 지난해에는 17%대로 더 줄어들었다.
반면 1만원권은 2019년 100%대에서 2020년 74.8%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7.1%로 반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환수율이 하락했으나 경제회복 흐름에 다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어렵거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현금을 확보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서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인플레이션 확대와 비대면 활성화로 고액권인 5만원권 보유 심리가 거세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충화 한은 발권정책팀장은 “지난해와 5만원권 발행 수준은 비슷하지만 코로나19로 가치저장에 목적을 둔 5만원권의 수요가 늘었다”며 “자영업 부진에 따른 환수 및 유통의 저조, 비대면 활성화로 전자 결제가 증가한 부분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5만원권 환수율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충화 팀장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 아래 고액권을 예•적금 상품에 예치하는데 따른 기회비용이 증가하므로 순발행 기조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고액권 환수율의 급감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중은행에서는 지난 설 연휴에 고액권 수요가 급증하며 ‘1인당 장수 제한’ 등의 영업점별 조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설이나 추석 명절 등에는 일부 은행과 ATM(자동입출금기)에 ‘5만원권 인출이 어렵다’는 안내를 고지하기도 했다.
이달은 명절 특수가 없지만 신권을 찾으려는 수요는 꾸준히 있어 은행들은 모니터링을 지속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 환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전반적으로 5만원권을 잘 내어주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당행은 영업점별 5만원권 제한 조치는 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일반적인 통화 유통 속도가 떨어졌고, 비대면 활동과 전자 결제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5만원권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환수율이 꼭 높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품귀 현상 등을 감안해서 발행 및 유통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