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차질·기업 실적 타격 불가피
여러 가능성 공존…여파 예측 불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긴장감이 고조되며 러시아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실제 전쟁 반발 시 인플레이션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한국 경제의 직·간접적 피해를 예상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책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우크라이나 위기와 러·미 갈등 주요 쟁점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파급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악화는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협력을 추동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냉전적 대립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국제질서 개편 가능성은 한반도 경제 여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실제로 이뤄지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입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려하는 부분은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막히는 부분이 가장 큰 부정적인 영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 압력 상승 불가피
특히,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확대가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고 입 모은다. 공급망 차질은 물론 기업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반기에 양국이 충돌하는 경우 금융시장에 더 부담"이라며 "서방이 러시아에 경제제재 시, 러시아도 천연가스 공급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제재가 이뤄질 경우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러시아 공급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타이트한 수급 환경 우려가 투기적 수요 유입을 자극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 발생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격하게 올라갈 것"이라며 "기업들은 비용 상승과 수출 물량을 내보내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파급효과가 코스피 상승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회복하려면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양한 가능성 '공존'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는데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된 국가들 모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실제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시장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실제 전쟁 반발 시 전쟁의 기간과 양상을 알 수 없고, 유럽과 미국 등 여러 국가들의 개입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로선 민감도 분석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