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5대은행 가계대출서 전세값 절반 넘어…부채 확대 '주범'


입력 2022.02.08 06:00 수정 2022.02.07 10:5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만 20조 늘며 130조 육박

규제 사각지대 부작용 심화 우려

서울 중구의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내 5대 은행에서 나간 전세자금대출이 지난해에만 2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3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동안 늘어난 대출 중 절반 이상을 전세자금이 차지하면서 가계부채 확대의 주범이 된 모양새다.


전세대출이 올해도 규제 사각지대에 남게 되면서 앞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총 129조696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8.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20조5882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전세대출 보유량이 30조334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0.0% 늘며 30조원대로 올라섰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29조3394억원, 25조8165억원으로 각각 18.5%와 34.6%씩 증가했다. 이밖에 하나은행 23조8957억원, 농협은행은 20조3112억원으로 각각 16.2%와 5.1%씩 전세대출 잔액이 늘었다.


이들의 지난해 가계대출 전체 증가폭은 40조원을 약간 밑도는 수준이었다. 주요 은행에서 나간 가계대출 가운데 반 이상이 전세대출의 형태로 이뤄진 셈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9조52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8%(38조8990억원) 늘었다.


아예 이를 빼놓고 따져보면 전세대출이 가계부채에서 차지한 비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로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전세 관련 자금을 뺀 나머지 잔액은 579조356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3%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세대출의 이 같은 수요 확대 배경에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셋값이 자리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 마련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다 보니 이를 대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셋값의 연간 상승률은 6.51%로, 전년 기록인 4.16%를 2.35%p나 웃돌았다.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오락가락 정책에 수요 쏠림 가속


금융권에서는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도 전세대출 증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가계부채 규제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연말 대출 수요의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은행권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 이내에서 묶는 총량규제를 실시해 왔다. 이로 인해 전세대출마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실수요자의 공포 심리가 커졌고, 결국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10월 전세대출을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어 새해부터 시행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전세대출은 예외로 남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확대를 이끌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 뜻하는 지표로, DSR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금융위는 이번 달부터는 총 대출액 2억원, 오는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시 차주단위 DSR을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화되는 가계부채 규제에서 여전히 예외 대상으로 남은 데다 외부 기관의 보증을 통해 이뤄지는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면, 전세대출은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1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최현석 2022.02.08  06:25
    전세대출이 부채 확대의 주범일 뿐  아니라, 집 값 상승의 주범입니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대출이라는 형태를 통해 늘어난 통화량 폭증 때문이지만, 그 중에서도 전세대출의 증가가 집값을 밀어올린 가장 큰 요인일 겁니다.
    0
    1
1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