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관련 실적 2조↑
통화 리스크 관리 효과 '톡톡'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파생금융상품 투자에서 올린 실적이 1년 새 2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이 큰 주식보다 비교적 예측 가능성이 큰 환율에 우선 베팅한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 강세 흐름을 둘러싸고 장·단기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올해 금융상품 투자의 핵심도 환율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의 지난해 1~3분기 파생상품 관련 이익에서 손실을 뺀 순익은 총 989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1조2057억원의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흑자 전환이다. 액수로 따지면 2조1951억원 급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계속되고 있는 금융시장의 불안에 잘 대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사의 파생상품 자산은 직접적인 이익을 노리는 상품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헤지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핵심은 헤지 수요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먼저 하나금융의 파생상품 손익이 같은 기간 4798억원 적자에서 4156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서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역시 8434억원 손실에서 2695억원 순익으로 해당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이어 우리금융의 파생상품 손익은 5434억원에서 2585억원으로 52.4% 줄었으나 금융그룹 중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밖에 농협은행은 3187억원 적자에서 407억원 흑자로, KB금융도 1072억원 손실에서 51억원 순익으로 파생상품 손익이 확대됐다.
◆위험 대비 '선택과 집중'
금융그룹의 파생상품 실적 개선 배경에는 적극적인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5대 금융그룹이 보유한 파생상품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23조2억원에서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다. 금액으로 보면 3조9090억원 증가했다.
특히 금리나 주식보다는 통화 파생상품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이 효과를 거둔 모습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 시그널이 분명해진 금리나 유동성 거품이 어느 정도 사그라진 증시 대신, 불확실성이 계속된 환율에 대해 확실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의미다.
실제로 5대 금융그룹의 파생상품 자산 중 통화 관련 상품 금액은 17조665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7.8% 급증했다. 반면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은 2조5139억원으로, 주식 관련은 1조8726억원으로 각각 50.0%화 6.5%씩 감소했다.
장기간 이어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도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첫 거래일 종가 기준 1088.0원으로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해 말 97.5원 오른 1185.5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연중 강세를 유지했다.
이제 관심은 향후 추이에 쏠린다. 지난 달 26일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보다 강하게 내비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웃돌고 있다. 다만, 기간을 올해 전체로 넓혀 보면 원·달러 환율은 연초 고점을 통과한 뒤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사 투자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단기 수익보다는 안전 자산을 통한 위험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