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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1년새 사업비 4천억 넘게 줄였다…영업악화로 '긴축모드'


입력 2022.02.04 06:00 수정 2022.02.03 10:5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코로나 여파에 2년째 감소세 지속

IFRS17 앞두고 비용 감축 드라이브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사업비 지출이 1년 새 4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픽사베이

국내 생명보험사가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데 쓰는 사업비를 1년 새 4000억원 넘게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비용을 줄이며 긴축 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특히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키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한 해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성보다 수성에 집중하려는 기조가 당분간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생보사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함께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가 지난해 들어 10월까지 지출한 사업비는 총 7조5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4122억원 감소했다.


주요 대형 생보사들의 흐름을 보면 우선 한화생명이 쓴 사업비가 1조20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9% 줄었다. 교보생명의 사업비 지출 역시 9267억원으로 1.0%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사업비는 1조7760억원으로 0.3% 증가하긴 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정도였다.


이로써 생보업계의 사업비 규모는 2년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최근 생보업계의 연간 사업비는 2019년 9조491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0년 9조4649억원을 기록하며 축소 전환한 상태다.


사업비 지출이 이처럼 위축됐다는 것은 그만큼 생보업계 내의 영업 경쟁이 소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설계사를 통한 대면 판매까지 어려워지자 비용 감축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특히 종신보험 판매가 많은 생보사는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보험료가 고액인 종신보험은 그 특성 상 설계사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 사업비 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부익부 빈익빈' 심화 우려 왜?


여기에 더해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IFRS17은 생보업계의 행보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는 핵심 요인이다. IFRS17 도입 시 재무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포석이다.


내년부터 IFRS17이 적용되면 생보사가 느낄 경영 압박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은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기 때문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최근 생보업계가 수익성 개선에 그 어느 때보다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생보업계에서는 이 같은 IFRS17 앞두고 과열경쟁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사업비 위축 흐름이 더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사 입장에서 IFRS17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공격적인 영업 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로 인해 중·소형 생보사는 시장 내 입지가 더 좁아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등의 영향으로 마케팅 여력이 위축되면서 향후 대형사를 주축으로 시장 구도가 한층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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