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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서 쓴 역사’ 베트남 박항서 감독, 뼈있는 일침


입력 2022.02.02 18:22 수정 2022.02.02 18:2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 후 "승리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달라" 당부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 ⓒ AP=뉴시스

베트남 박항서호가 중국을 완파, 하노이에서 새 역사를 썼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서 펼쳐진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8차전에서 중국을 3-1로 눌렀다. ‘축구 굴기’를 외쳤던 중국은 ‘하노이 참사’를 겪으며 월드컵 진출을 향한 실낱 같은 희망마저 잃었다(1승2무5패승점5).


전반에만 2골을 넣고 승기를 잡은 베트남은 후반에도 1골을 추가했다. 후반 추가시간 중국에 1골을 내줬지만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의 완승을 거두며 베트남 축구팬들을 흥분시켰다. 1승7패(승점3).


이미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은 사라졌지만, 사상 첫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베트남의 최종예선 첫 승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노이서 쏘아 올린 최종예선 첫 승리에 베트남은 쾌재를 불렀다. 경기를 직관한 베트남 총리는 "대단한 투지를 보여줬다. 베트남 역사에 기록될 대단한 승리"라고 박항서호를 치켜세우며 격려금까지 전달했다.


2017년 10월 베트남 사령탑에 올라 베트남 축구사를 새롭게 써왔던 박항서 감독은 새로운 업적을 또 하나 추가했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최초 준우승을 이끈 박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최초 4강,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 우승 등을 이끌며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최종예선 연패와 스즈키컵 4강 탈락 결과를 받아들자 베트남 언론들과 팬들은 박항서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을 깎아내렸다. 현지 일부 언론들은 안 좋은 결과만 부각시키며 경질설을 부채질했다. 심지어 후임 감독 이름까지 거론했다. 그랬던 현지 매체들도 동남아 축구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최종예선 승리를 이끈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을 집중 조명하며 ‘태세 전환’했다.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은 승리의 기쁨을 표시하면서도 뼈있는 일침을 가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이 처음으로 중국을 이겼다.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과 우리를 응원해준 베트남 국민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기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라는 것이 있다”며 “7전 전패 뒤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있었다. 단순히 승리가 아니라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남아에서는 어떤팀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찬란한 성적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며 패배 의식에 젖었던 선수들을 일깨웠고,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면서 여기까지 걸어왔다.


좋지 않을 때 잡음이 나올 수 있지만 지금까지 박항서 감독이 거둔 성과를 떠올리면 너무나도 큰 결례였다. 베트남 언론들이나 일부 팬들이나 베트남 축구의 미래를 논하기 앞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흔든 적은 없는지 돌아볼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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