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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시행 한 달, 아쉬운 평가...마케팅 경쟁만 ‘후끈’


입력 2022.02.03 06:00 수정 2022.01.28 16:48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초기 가입자 1000여명 수준, 빅테크 40%

‘자산 관리’ ‘개인 정보 관리’ 고도화 시급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토스뱅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화면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마이데이터를 사용해봤는데 아직은 오픈뱅킹과 큰 차이점을 모르겠네요.”

“앱에서 한 번에 볼 수 있어 편리한데, 동의했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될까봐 불안해요.”


지난 5일 시행된 '내 손안의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금융사들의 떠들썩한 홍보와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시행 한 달을 맞이했으나 서비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비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사들의 노력과 달리 마이데이터 사업 안착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소비자가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동의하면 예·적금 계좌 잔액, 카드 결제 잔액, 주식 보유 수량, 보험 납입 현황 등을 하나의 앱에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핀테크, 은행, 저축은행 • 상호금융, 금융투자 등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실제 서비스 사용자는 1000만여명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는 1084만명을 기록했다. 중복 포함이다.


업종별로는 핀테크·정보기술(IT)·신용평가(CB) 업권의 가입자가 398만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카드 업권(327만명),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 업권(315만명), 금융투자 업권(44만명) 등이 뒤를 이었다. 초반 성적은 빅테크의 승리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디지털 기반으로 성장한 빅테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서도 영향력 우위에 놓였있는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와 금융권의 정보 제공 차별 등도 영향을 미쳤다.


아직은 이렇다 할 차별화 서비스가 없는 것도 흥행 저조의 이유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의 KB마이데이터는 생활밀착형 목표를 자동 제안하는 ‘목표챌린지’를, 우리은행은 ‘우리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복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재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MY캘린더’를 선보였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소비자의 기존 금융 정보를 분류해 나열해주는 수준이다. 일부 인터넷뱅크는 자산 분석 서비스 등을 아직 오픈하지 않고 있는 곳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도 마이데이터 사용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부 고객의 은행, 증권, 카드 등의 계좌번호 뿐 아니라 송금, 이체내역, 주식거래정보 등이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정보노출로 100여명의 고객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은 앞다퉈 쿠폰 뿌리기, 천만원대의 고가의 경품 지급하기 등의 마케팅 출혈 경쟁으로 고객을 유치해왔다. 일부 은행에서는 ‘직원 할당제’를 통해 가입자 유치를 시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발표한 ‘마이데이터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를 아직도 알지 못하는 비율이 25.8%에 달했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마이데이터가 제도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미흡한 점이 많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고객 데이터 확보량이 늘어나면 좀 더 의미있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5일 기준 마이데이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금융사는 총 33곳이다. 업계는 더 많은 금융사들이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금융을 넘어서 의료나 유통 등 이종 업체간 데이터까지 결합된다면 마이데이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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