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年 10조 돌파 임박
달라진 수요 쫓다 자충수 우려
국내 생명보험사가 고객의 입원에 대해 지급한 보험금이 1년 새 5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사망 이후를 생각하는 전통적인 종신보험보다는 살아 있을 때 혜택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변화에 맞춰 생보사들이 입원비 보장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령화와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입원비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를 둘러싼 생명보험업계의 과도한 경쟁이 향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가 지난해 들어 10월까지 고객들에게 지급한 입원급여금은 8조48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5194억원 늘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생보업계의 지난해 연간 입원급여금 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전 5년 간 생보사 입원급여금 지급액은 ▲2016년 7조8543억원 ▲2017년 8조1915억원 ▲2018년 8조8167억원 ▲2019년 9조5690억원 ▲2020년 9조6869억원 등으로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지난해 1~10월 입원급여금 지급액이 2조2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 역시 1조4024억원으로, 교보생명도 1조720억원으로 각각 8.2%와 8.8%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생보업계의 입원비 보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예전과 달라진 소비자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사망보험금보다는 살아 있을 때의 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에 맞춰 입원비 지원을 늘림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 불어나는 입원비에 생보사 부담 가중
불어나는 입원비로 생보사가 느끼게 될 압박감은 상당할 전망이다. 입원비 지급의 경우 보험사 입장에서 관련 보험료 수익보다 보험금 지급이 더 많아 위험률차손이 발생하는 대표적 항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입원비 보장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술이나 입원 시마다 지급된다. 과거에 비해 완치율과 회복률이 높아진 현실을 감안하면 생보업계의 입원비 보장 금액은 날이 갈수록 더 불어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생보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재무 건전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응해야 해서다. IFRS17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을 뒤바꾸는 새 회계기준이고, K-ICS는 이를 반영한 금융당국의 감독 방침을 담고 있다. 두 제도의 도입으로 보험사는 상당한 재무적 리스크를 떠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23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보험금 적립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저축성 보험 판매로 IFRS17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이는 생보사의 현 주소에서 입원비 보장 확대처럼 미래의 비용을 늘리는 경쟁은 경영의 장기지속성 관점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