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수탁업 진출 및 지분 확보
주요 증권사 CEO 신년사 키워드로
여야 대선주자 가상화폐 공약 내놔
가상자산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우회적으로 가상자산 연계 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주요 증권사 수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가상자산을 언급하고 연초 이후 관련 보고서가 줄줄이 발간된 만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저변을 넓힐 전망이다. 대선주자들도 앞다퉈 관련 공약을 발표해 투기로 취급받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비트코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한다. 현재 관련 수탁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출범을 논의하고 있다.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검토하는 곳은 그룹 내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증권 혁신추진단 내 태스크포스(TF)다.
가상자산 수탁 사업은 일종의 코인 은행으로 비트코인, NFT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3월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SK증권도 지난해 5월 암호화폐거래소 지닥을 운영 중인 피어테크와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협약을 체결했다. SK증권은 일찍이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증권사다. 김신 사장 주도로 지난해 7월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와 금융블록체인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김 사장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성과 제도화에 발맞춰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한화투자증권은 가상자산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접근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6.15% 지분을 퀄컴으로부터 인수했다. 앞서 가상자산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 운영사 크로스앵글에도 4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자산운용에서는 디지털 자산팀이 시장 모니터링을 하는 등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가상자산 사업은 올해 CEO 신년사에서 예고됐던 부분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앞선 신년사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등의 등장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고 언급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가상자산 등을 거론하며 금융의 혁신을 강조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등이 가상자산 관련 리포트를 잇따라 발행한 것도 달라진 기류다.
현재 증권사들은 가상자산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직 규제와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다만 연기금 등이 가상자산 투자를 이어가는 등 분위기가 완화되고 있다. 코인의 높은 변동성은 투자자들에게 부담 요인이지만 자산배분의 관점에서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내에서 가상자산 비중을 1~10%의 소규모로 가져가며 모멘텀 전략을 시행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기 모멘텀을 유의하며 전략적으로 운용한다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대선주자도 가상화폐 공약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확실하게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젊은 층이 대다수인 가상자산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유력 대선 후보의 공약인 만큼 향후 실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상자산시장은 가상자산 투자 열풍 속에서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으로 세계적 규모로 형성됐다“며 ”이러한 자생적 성격에 비춰, 가상자산시장에 관한 국회의 입법화와 행정부의 시장 감독은 시장참여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