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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담합 불법 공방전 2라운드…법 개정 쟁점은


입력 2022.01.19 15:36 수정 2022.01.19 15:3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한·동남아 운임 담합 결정 업계 반발

국회, 법 개정으로 담합 허용 구체화

한~중 노선 등 다른 조사 영향 미쳐

부산항에서 새해 첫 출항하는 HMM 컨테이너선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한~동남아시아 노선 해운사 운임 담합을 불법으로 결론짓고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운법 개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 개정 방향에 따라 이번 결정은 물론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인 한~중·한~일 노선 운임 담합 사건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가담한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962억원 규모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들 선사가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의 회합 등을 통해 해당 수출·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결정에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한국해운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즉각 반발했다. 한국해운협회는 “해양수산부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따라 지난 40여 년간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행위를 펼쳐왔는데도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해운기업들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며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해운공동행위의 정당성 회복을 위해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해운협회는 특히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운법 개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해운협회는 “설사 절차상의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해운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의 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며 “해운공동행위와 관련한 법 취지를 명확히 해 이번과 같은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의결되도록 청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현행 해운법 29조에는 ‘외항 화물운송 사업의 등록을 한 자는 다른 외항 화물운송 사업자와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 예외적으로 담합 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해운법은 협약 참가나 탈퇴를 제한해서는 안 되고 협약 내용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협약 내용이 달라진 때도 신고해야 한다. 더불어 화주(화물 주인) 단체와 사전 협의도 담합 허가 조건 가운데 하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이번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는 이러한 해운법 적용과 해석을 두고 주장이 엇갈렸다. 해운업계와 해수부는 정기선사들의 담합 행위가 법 규정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고, 공정위 조사관(심사관)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심화하자 국회에서는 관련법 개정에 착수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한·동남아 정기노선 사건에 대한 제재를 무효로 할 수 있는 ‘소급적용’ 조항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도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자신들의 규율 권한을 침범했다고 판단, 해운업계 공동행위 규율 소관을 해수부로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법안은 지난해 7월 발의돼 9월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공정위가 진행 중인 한~일·한~중 노선에 대한 운임 담합 조사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급 적용 여부에 따라 이번 한~동남아 노선 결론까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공정위는 해수부와 실무 협의를 통해 마련한 대안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해운법상 절차와 내용(요건)을 거친 (공동행위의)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들어가는 식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그렇게 (개정)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소급 규정은 수용하기 곤란하다”며 “과거 법 위반행위까지 책임을 면제해주는 입법은 사실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쨌거나 법 개정은 국회가 하는 일이고 우리는 예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며 “(한~중·한~일 노선 조사도) 법이 어떤 내용으로 통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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