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조종해 왕을 죽이고 권력을 손에 쥐려 한 셰익스피어 비극 속 희대의 악녀 레이디 맥베스, 그리고 레이디 맥베스와 닮은 삶은 파트리치아의 이야기가 각각 '맥베스의 비극'과 '하우스 오브 구찌'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애플TV플러스 '맥베스의 비극'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기반으로 조엘 코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야기는 원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인공 맥베스(덴젤 워싱턴 분)는 마녀들의 달콤한 예언과 아내(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의 부추김에 빠져 왕을 살해하고, 범죄의 목격자와 의심하는 자 모두를 죽인다. 종국에는 자신마저 죽게 되는 사태를 맞게 된다.
주인공 맥베스만큼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남편의 곁에서 욕망을 숨기지 않으며 행동을 조종하는 레이디 맥베스다.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이 덩컨 왕을 죽이기 전 망설이자, 오히려 남편의 유약함을 비난하며 결국 피를 묻히게 만든다. 이후 레이디 맥베스는 몽유병에 시달리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악몽으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맥베스의 비극'의 레이디 맥베스가 셰익스피어의 손에서 만들어진 인물이라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구찌가 남자 마우리치오가 결혼한 후, 변심한 남편을 1995년 3월 27일 살인청부한 실존 인물 파트리치아의 이야기를 그렸다.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분)는 사랑 앞에서 순수한 여자였지만 구찌의 돈과 권력을 체감하며 변호사를 꿈꾸던 남편 마우리치오(아담 드라이버 분)를 구찌 대표로 올려놓는데 성공한 인물이다. 집안의 반대로 어렵게 구찌가의 입성한 파트리치아는 남편을 설득해 삼촌을 감옥으로 보내고 사촌을 속여 지분을 포기하게 만드는 비상한 술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파트리치아는 남편을 물심양면 도왔지만, 갈등과 변심으로 인해 멀어지고 결국 청부업자를 고용해 남편을 살해한다.
레이디 맥베스와 파트리치아는 과거 남편 없이 스스로 계급 상승을 할 수 없었던 비틀어진 여성의 욕망을 보여준다. 남성 지배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고 욕심을 드러내는 순간, 악녀로 비친다. 이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여성의 욕망은 금기시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으로, 이를 쟁취하기 위해 애쓰는 두 인물의 행위는 과거보다 현재 조금 더 개연성을 갖고 관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은 악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1606년 시대의 레이디 맥베스와 1995년의 파트리치아가 악녀인지 묻기 전, 비상한 머리와 능력을 가진 이들이, 남편을 위해 희생할 가치가 있었는지를 더 먼저 묻는다. 이로 인해 관객들이 과거의 젠더, 인종 계급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