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한 가운데 증권업계는 이번 인수 불발이 조선업계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EU는 두 기업이 결합하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에서 독점이 고착화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이번 인수거래 무산에 대해 '산업 전체의 이슈'가 아닌 거래에 참여한 당사자들에게 영향이 국한되는 '개별회사의 이슈'라고 평가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수거래 무산 가능성과 이로 인한 거래 당사자들에 대한 영향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논의됐던 내용"이라며 "인수거래 무산이 선가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은 인수거래 무산을 업종 구조조정(consolidation)의 실패로 보고 조선업종 전체에 부정적이라 해석하는 데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며 "현대중공업 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표했던 2019년 초는 일감 부족으로 인한 조선사들 간의 선가 경쟁이 존재했던 시기지만 현재는 조선사들이 필요한 일감을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이번 인수 무산이 조선주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불확실성 확대를 예상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주체로 인수과정에서 대규모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었고, 이에 따른 희석우려가 주가에 반영돼왔던 만큼 인수 불발로 인해 이러한 할인이 완화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중공업의 경우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 가능성이 사라진 점은 긍정적이나 펀더멘털 고려시 이것만으로 주가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주가에 대한 영향도 중립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선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피인수 과정에서 기대됐던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불발되면서 재무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가 추후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불확실성도 주가의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