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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마지막 선물?…노동이사에 치이고 국민연금에 눌려라


입력 2022.01.12 12:05 수정 2022.01.12 12: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노동이사제, 벌써부터 민간기업 확대 움직임

미래 위한 투자, 주주 배당보다 노조 이해관계 중시 가능성

대표소송 권한 수책위 이양, 기금 수익률 무관 소송 남발 우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임기 5년 내내 각종 친노동 정책과 규제로 기업들에게 어려움을 줬던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기업 이사회에 노동이사를 끼워 넣어 경영진이 발목을 잡히고 국민연금으로부터는 수시로 소송을 당하며 임기 이후에도 두고두고 힘들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11일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며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포함돼 경영의사 결정 전반에 참여하게 됐다.


당장은 공공기관에 한정된다고는 하지만 일단 개정안이 시행되면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하자는 압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관련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여당 의원들이 내놓은 관련 법안들 중 이수진 의원 발의안은 공공기관 운영과 관련된 기존 법안을 개정하는 게 아닌, ‘근로자대표제 및 경영참가 등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하는 방식이다.


이 법안은 민간 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에 근로자 투표로 선출된 1인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상근감사 중에서도 1인을 근로차 추천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자대표나 과반수노조의 대표, 즉 노조위원장이 이사회에 출석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총파업 구호를 외치는 민주노총 조합원.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가뜩이나 투쟁 일변도의 강성노조가 득세하고 노사간 힘의 균형이 노조 쪽으로 치우친 국내 현실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은 기업들에게 재앙에 가깝다.


노동계는 노동이사의 역할이 기업 대주주나 경영진의 부조리를 감시하고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노조가 파업권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내놓던 행태를 이사회에서 반복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중요 경영사안을 논의하는 이사회가 노조측 대표자가 경영진을 윽박지르는 ‘투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우려다.


그동안 주요 대기업 노조위원장 선거 상황을 되짚어 보면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 노조위원장 후보들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의 임금, 복지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다. 심지어 기업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조합원들에게 배분하도록 하겠다는 공약까지 나온다.


이같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임기 2년짜리 노조위원장은 선출 이후에도 강성 일변도로 사측과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노조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근로자 투표로 선출되는 노동이사 역시 태생적으로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사회에서 회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투자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는 근로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돈을 버는 족족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에 투입하고, 근무강도는 완화하며, 고용안정을 위해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부문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심지어 노동이사가 노조측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일도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 경제시스템과 부합하지 않고, 이사회가 노사갈등의 장으로 변질돼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그동안 여러 차례 재검토를 요청했다”면서 경영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소송을 벌일 수 있도록 만드는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도 기업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사안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1000여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전방위적 소송전에 나선다면 기업들은 신뢰도와 평판에 큰 타격을 입게 되고, 향후 경영활동에 있어서도 혁신적 투자 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갖고 있던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하위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 넘기는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개정안은 내달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소송 권한의 수책위 이양은 기업들에 대한 소송 남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소송의 결과가 기금운용상의 실익, 즉 수익률 확대로 이어질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기금운용본부와 달리 수책위는 그와 무관하게 소송으로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로 기업이 신뢰도와 평판에 타격을 입어 기업가치가 하락할 경우 기금 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대표소송을 결정한 수책위는 이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


설령 수책위의 부당한 소송 제기로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기업가치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고, 기금 수익률 저하도 불가피하다.


경제단체들은 지난 10일 공동 성명에서 “수책위는 기금운용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치·사회적 이해관계 및 여론에 따라 소 제기를 결정할 유인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의 태생적 한계상 대표소송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맞춰 기업경영에 대해 정치·사회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가뜩이나 경영권을 보호할 제도적 수단이 미미한 상태에서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국민연금 소송의 대상이 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투기자본의 공격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업들이 혁신적 경영활동보다는 소송 방어와 정권 눈치 보기에 집중하느라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동이사제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확대 모두 기업을 착취와 비리의 온상이자 투쟁의 대상으로 보는 반기업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다”면서 “단기 리스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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