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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㉓] 스마트 넘어 인공지능 시대…’AI농부’가 뜬다


입력 2022.01.06 07:01 수정 2022.01.05 16:01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질병・생산량 등 알아서 척척

부족한 농가 일손 ‘천군만마’

농부 손에서 개발된 똑똑한 시스템


한 딸리 농가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작물을 관리하는 AI농부를 개발했다. AI농업 솔루션 '에나'는 작물의 생육전반을 영상데이터로 판단해 최적의 생산성을 지원한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우리 사회는 불과 10여년 만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어. 스마트폰과 빅데이터 등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과도기에 와 있지. 농업도 디지털농업, 스마트농업 등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야. 최근에는 한 딸기 농가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생산성을 늘리는 시스템을 개발하며 본격적인 인공지능(AI) 농업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발걸음이 시작됐지. 이제 단순히 온도나 습도 조절에서 벗어나 생육 판단이 가능한 AI농부가 탄생할 날이 머지 않은거야.”


국내 딸기 농가에서 7년여간 개발・연구 끝에 개발한 AI시스템이 상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다소 생소한 ‘AI농부’라는 이름을 걸고 시장에 선보일 이 시스템은 기존 스마트팜에서 벗어난 새로운 분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농가는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농가에 투입된 외국인 근로자는 6400명 수준이다. 올해는 1600명 늘어난 8000명 규모다. 이제 외국인 인력 없이는 농가 생산량과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AI농부는 이런 농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배경에서 출발했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변수를 줄이는데 기술을 집약시켰다. 개발자가 실제 농가를 운영하는 농부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스스로 사비를 들여 개발에 뛰어들 정도로 열정도 남다르다.


이제 온도와 습도 등을 제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농가의 수익을 좌우할 AI농부가 어떤 활약상을 펼칠 지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서강은 대표가 개발한 AI농부 '예나'가 관리하는 시범농가에서 생산된 딸기. 제품 신선도와 당도 등이 최상급이다. ⓒ배군득 기자
◆온도・습도 조절에서 업그레이드…AI농부 주목하는 이유


AI농부(팜)는 시스템을 개발한 (주)고은의 서강은 대표가 손수 작명한 용어다. 아직은 생소한 시스템이어서 그 개념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 AI농부를 설명하기 전에 스마트팜을 우선 살펴보자. 스마트팜은 국내에서 10년간 농가의 발전을 이룬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스마트팜 시스템은 센서데이터를 통해 환경조건을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즉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온도와 습도 등을 최적화해 농작물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관리하는 농가에서는 스마트팜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해외 수출 농가들도 스마트팜이 보편화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확실하다. 대규모 하우스를 보유한 이른바 ‘대농’을 제외하고 소규모 단동 농가에서 설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구조와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스마트팜 설치 비용은 하우스 한동 기준 2500만~3000만원 수준이다. 솔루션 비용은 별도다.


AI농부 시스템은 이런 스마트팜과 개념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스마트팜이 외부요인을 제어하는데 중점을 둔다면, AI농부는 실제로 작물의 ‘생육’에 깊게 관여한다.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이외에 어디가 아픈지, 잘 크고 있는지, 병충해는 없는지 등을 센서가 판단하고 데이터를 전송한다. 마치 ‘가정부’나 전담 ‘주치의’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강은 고은 대표가 AI농부인 에나를 점검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이런 기능이 가능한 것은 영상데이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의 센서데이터와 달리 영상데이터는 뇌두, 속잎, 잎, 꽃, 열매 등을 모두 구분한다. 여기에 진딧물, 응애, 곰팡이 등 질병 종류도 전부 판단이 가능하다.


가장 좋은 사례가 자율주행의 AI인식기술이다. 차선과 자동차 등을 분류해서 입력하면 그에 맞는 데이터분석으로 자율주행을하는 원리다. 특히 레일 이동형 구동장치 구조여서 대부분 작물농가에 모두 설치가 가능하다.


서강은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AI농부는 잎 개수 등 매일 분석과 병 여부까지 판별이 가능하다”며 “현재 농작물 생육 확인과 병충해가 농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에서 AI농부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딸기 수익률 30% 개선 가능…AI농부 이름은 ‘에나’


그럼 본격적으로 고은에서 개발한 AI농부를 들여다보자. 정확한 AI농부의 이름은 ‘에나(ENNA)’다. 하우스 상단 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고화질 PTZ카메라와 7종 통합 환경 센서가 실시간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나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각각의 담당 AI 판단알고리즘이 생육상태를 진단한다. 이후 생육 데이터와 농업 표준 데이터 기반 문제 경보를 전용 앱이나 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수집한 데이터에서 에나의 성능은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한달간 생육 측정한 결과 에나를 사용할 때 잎면적은 200c㎡에서 900c㎡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잎개수는 200개에서 600개로 증가했다. 잎면적과 잎개수는 정식 후 생육 및 질병 판단 지표로 사용된다. 병충해의 경우 발병 초기에 경보 알람을 보내준다.


서 대표가 개발한 에나는 7종 통합 환경 센서가 실기간 생육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똑똑한 농부다. 특히 진딧물 등 4가지 질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은 발군이다. ⓒ배군득 기자

서 대표는 에나의 탄생으로 정체된 딸기 농가 수익이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서 대표가 운영하는 딸기 농장에서 에나를 시범적용한 결과 20~30% 정도 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개발단계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서 대표는 “딸기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를 조금만 관리해도 품질이 좋아진다. 에나가 상용화되면 최소 30% 수익이 보장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딸기 농가가 약 6만곳 정도다. 농가 입장에서는 수익 향상이 가능하다면 싫다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서강은 대표 “네덜란드 뛰어 넘는 AI농업 선점해야”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스마트팜(농업) 강국이다. 대부분 네덜란드 기술이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농업 강국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AI농업을 선도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성과를 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전국 시설재배하우스 약 16만 농가에게 필요한 솔루션이 제공돼야 한다.”


서 대표는 농업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30대 청년농업으로 시작해 이제는 6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지난 2007년 귀농해 4동의 딸기 농사를 시작해 이제는 60동을 보유한 대농으로 성장했다.


딸기 농장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서 대표는 딸기를 더 쉽고 성장 가능한 제품으로 생산하기 위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 딸기 시장은 정체돼 있다. 15년 전과 가격이나 생산시설이 비슷하다. 이렇다보니 인건비와 부자재 상승에도 부침을 겪고 있다. 대부분 딸기 농가가 적자에 시달리는 이유다.


이런 구조적 환경에서 서 대표는 스마트팜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딸기 농가에 최적화 돼 있지 않았다.


서 대표는 “처음 스마트팜 도입 당시에 생각한 것은 인건비와 부대비용이 줄어들겠다는 생각을 했기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비용 부담이 컸다. 설치비용 원금을 갚는데 15~20년이 걸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딸기 농가의 순수익이 3배 이상 증대되면 어떨가 생각했다. 딸기는 데이터 농업이 부실한 실정이다. 이렇게 착안해서 여러 스마트팜 업체를 찾아다녔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직접 개발하기로 마음 먹은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기존 스마트팜과 AI팜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에나를 통해 우리나라가 AI농업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배군득 기자

그렇게 뛰어든 데이터 농업 연구가 7~8년 이어졌다. 서 대표의 이론은 비교적 간단했다. 병충해, 기후변화 등으로 농사가 매년 잘 될 수 없다는 변수를 줄이면 30% 정도 수익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 다음 품질관리에 비중을 뒀다. 딸기는 장기간 생산하는 분야다. 환경에 의해 품질이 들쑥날쑥하다. 여기에 맞게 관리해주는 방법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생산량 증대다. 농민의 노동력은 일정하다. 작물이 잘되던 못되던 쏟는 시간은 비슷하다는 의미다. 리스크 감소, 품질향상, 생산량 증대를 토대로 순이익 30% 증가를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서 대표의 이론을 뒷받침할 기술 부재라는 벽에 가로 막혔다. 국내 IT 업체들을 백방으로 수소문 했지만 서 대표가 구상한 기술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개발자를 찾기 힘들었다.


서 대표는 “에나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개발자와 대화였다. 기술자들은 기계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내가 구상한 기술과 격차가 컸다”며 “처음 투자 규모는 3억 정도로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이렇게 수많은 IT・AI업체를 만나는 사이 이 시스템만 개발되면 농업 혁신이 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에나 상용화 이후 딸기 이외에 작물에도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인 AI농업의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큰 그림도 구상 중이다.


그는 “정부와 농민들의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스마트팜에서 AI팜으로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농민들이 상당히 진취적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선진국 농업 시스템을 따라가기 보다는 우리나라가 1등 농업강국이 되는 자양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2월 10일 [新농사직썰㉔]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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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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