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보고는 생략하고 기계를 탓한다'…軍, '탈북민 월북' 조사결과 발표


입력 2022.01.05 14:41 수정 2022.01.05 14:4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감시장비, 실제 월북 포착 시점과

영상 서버 저장 시간 사이 '시간차'

"조사결과 토대로 보완책 마련"

강원도 감시초소(GP)에서 내려다본 비무장지대(DMZ) 전경(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20년 귀순한 탈북민이 새해 첫날 동부전선을 통해 월북한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이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는 다섯 차례나 관련 정황을 포착하는 등 정상 작동했지만, 현장 병력과 지휘관의 안일한 대응으로 상황 파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는 지적이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감시카메라 3대는 탈북민 A씨가 지난 1일 육군 22사단 관할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가는 동안 총 5차례 관련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GOP 철책을 넘던 오후 6시 36분께는 철책에 설치된 군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경고음도 정상작동했다. 이에 소대장 등 6명이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해 철수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합참은 당시 실시간으로 감시카메라 영상을 지켜보던 병사 역시 흐릿한 화질, 카메라 사각지대 영향 등으로 월북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상황평가' 과정에서 녹화 영상 복기, 현장 족적, 인근 지형 등을 감안해 귀순 상황 발생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고 한다. 북측 방향으로 남겨진 족적은 저녁시간대 한정적 시야로 인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녹화 영상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건 발생 시점'과 '서버 저장 시점'에 차이가 있어 월책 장면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비가 시간이 지나고 배터리가 떨어지면 시계처럼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며 "시간 일치화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 시간과 서버 저장시간 사이에 4분 정도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화된 영상은 발생 시점부터 과거 시점을 확인하게 돼 있고, 5·10·30분 뒤로 보게 돼 있다"고 부연했다. 불과 몇 분 차이로 A씨가 철책을 넘어간 장면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군 당국이 '영상 시간차' 발생 가능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영상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대지통실 결정, 대대장엔 '無보고'
軍 "특이사항 없어도 보고해야"


군 당국은 '귀순 판단'을 현장 책임자인 대대장이 아닌 대대지휘통제실이 내렸다고도 했다. 대대지통실은 자체 판단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특이사항이 없더라도 보고해야 하지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대장은 우리 군이 월북 정황을 처음 인지한 오후 9시 17분이 돼서야 첫 보고를 받았다. 합참 보고는 그로부터 14분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오후 9시 17분은 비무장지대(DMZ) 우리 측 지역에 설치된 열상감시장비(TOD)에 미상 인원(A씨)이 포착된 시점으로, 군 당국이 처음으로 월북 정황을 인지한 시점이다.


군 당국은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