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시장에선 "변동성 커질라" 우려
정치권 반시장 공약‧정책에 멍드는 금투업계
올해 금융투자업계의 당면 과제 가운데 하나는 '정치 리스크 지우기'다. 대선이라는 초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천만 동학개미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치권이 목소리를 키울수록 시장논리와는 멀어지고,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철마다 정치권 입김에 휘둘렀던 금융투자업계에선 연초부터 "포퓰리즘 정책이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 한 임원은 "어느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차기 정부에선 포퓰리즘을 버려야 시장 불확실성을 지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시장에 대한 무관심이 시장을 도와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천만 동학개미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후보들의 경쟁이 전례 없이 가열되면서 금융투자업계 관련 정책도 '표(票)계산법'에 따라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코스피 000시대 열겠다"고 상징적 수치를 언급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증시 공약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2016년 말 489만 명(12월 말 기준)에서 지난해 말 910만 명으로 2배 가량 늘었다.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2030세대는 같은 기간 무려 141% 증가했다. 정치권 입장에선 증권시장에 표심의 큰 장이 선 것이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코스피지수 5000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불공정 감시·처벌 강화 △금융회사·외국인의 불공정 거래 행위 차단 △대주주·경영진의 편법 근절 등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불투명하다"며 "금융감독원 단속 인원을 수백 명으로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며 다른 대선후보들이 건드리지 않은 세제 혜택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때는 거래 대금의 0.25%를 증권거래세로 내야 하는데, 거래 자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서 차익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내게 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미 지난해부터 양도세 대주주 기준 문제 등 시장 관련 정책은 정치권 입김에 요동을 쳤다. 당초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고 했다가 선거를 의식해 철회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이어지는 동안 시장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 '감놔라 배놔라', 떨고 있는 시장
시장에선 증권거래세 문제도 결국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식을 팔 때 이익을 봤건 손실을 입었건 상관없이 무조건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현재 정치권에선 천만 동학개미 표심을 겨냥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취지의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관련 정책‧법안의 현실화 여부는 시장논리가 아닌 전적으로 정치논리에 달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년부터 증권거래세와 농특세 증권거래분이 사라질 경우 연평균 8조4000억원가량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시장에선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언제든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여당이 꺼낸 '이익공유제'의 타깃으로 금융사가 지목되면서 대출금리 인하까지 요구받았다. 여당에선 대선 공약으로 개인 신용도와 상관없이 금융사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본대출'을 띄웠다. 이에 신용으로 먹고 사는 금융사에게 신용을 보지 않고 대출을 내주라는 것은 시장논리를 무시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거세지는 정치 외풍에 업계는 난처한 표정이다. 기존의 시장논리를 뒤엎는 요구들이지만 여당이나 유력 대권주자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약‧정책인 만큼 뭉갤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말대로 다 했다가는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새 정권 출범이후 반복된 '낙하산 인사'도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업계에선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증권유관기관들이 낙하산 투하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콤이나 금융투자협회도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새 정권이 들어서면 주요 임원들이 자리를 내놔야 한다는 불안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대선을 비롯한 정치권 외풍이 시장 흐름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선은 아직 뚜렷한 정책 발표가 없어서 이를 두고 방향을 정하기엔 이르지만, 통상 대선 2개월 전에 구체적 정책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므로 이때부터 정치 이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