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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PD들②] 정민식 PD, ‘교양’으로 유튜브에서 살아남는 법


입력 2021.12.30 09:52 수정 2021.12.30 09:5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지식 큐레이팅 채널, 새로운 걸 찾다가 선택…OTT 시장은 커질 것인데, 빨리 공부 해보자는 게 목적”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주인공은 전문가. 깊이와 내용의 정확함. 이게 우리의 차별화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CJ ENM

tvN 대표 교양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 ‘책 읽어드립니다’ 제작진들이 유튜브에서 뭉쳤다. 지식 큐레이팅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통해 ‘관계 읽어드립니다’, ‘물리 읽어드립니다’, ‘조선Job史’, ‘어쩌다 어른D’ 등 다양한 교양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독특한 직업을 흥미롭게 전달하는가 하면, 관계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자아낸다. 기존의 TV 프로그램과 같은 듯 다른 매력을 전달하며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론칭한 이 채널은 벌써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연출 중인 정민식 PD는 ‘새로움’을 찾다 유튜브라는 새 플랫폼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 있다.


“새로운 걸 찾아보고 싶어 찾다가 유튜브를 선택하게 됐다. OTT 시장은 커질 것인데, 그렇다면 빨리 고민과 공부를 해보자는 게 목적이었다. 제약이 적은 게 장점이다. 주제나 시간, 영상 문법에 대한 제약들이 적다. 혼자 하는 건 아니지만 계정 이름도 정하고, ‘읽어드립니다’ 시리즈를 만든 것도 나다.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주셨다.”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핵심이다. tvN에서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기긴 했으나, ‘지식 전달’이라는 핵심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것이 각종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유튜브에서 ‘사피엔스 스튜디오’가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 콘텐츠의 주인공은 전문가다. 국립대, 사립대 교수님들이 나오시는데, 유재석이나 이서진처럼 대중적으로 유명하신 분은 없다. 그럼에도 구독자 분들이 관심을 주시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지식, 견해, 지혜의 전문성과 깊이 때문이다. 그게 우리의 차별점이다. 깊이와 내용의 정확함. 이게 우리의 몇 가지 모토 중 하나다. 우리 채널의 시청자들은 지혜를 얻어가려고 하신다. 답을 주기보단 정보를 드리고, 물음표를 남기기도 한다.”


ⓒCJ ENM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에 방점을 찍다 보니 러닝타임은 짧아져도 준비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정 PD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준비 과정을 설명하며 그들의 노력을 짐작케 했다.


“준비 과정이 길다. 담당 PD들, 작가들과 회의를 하며 주제를 선정하고, 그 다음 출연을 해주실 교수님을 찾는다. 자료를 찾고, 책도 찾아보고, 교수님들과 사전 인터뷰를 하며 방향을 잡는다. 또 이게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회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그걸 가지고 교수님과 이야기를 2, 3번 정도 거치면 대본이 나온다. 각자가 재밌어하는 부분들이 다르다. 그래서 강, 약 조절을 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물론 팩트체크가 가장 중요하다. 근거의 정확성이나 출처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다. ‘어쩌다 어른’부터 ‘책 읽어드립니다’, ‘김민경 쇼’ 등 다수의 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쌓은 경험들이 지금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출연자들이 ‘사피엔스 스튜디오’에 그대로 출연할 때가 있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주제를 뻗어가기도 한다.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남다른 전문성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농담 반 진담 반인데, 스튜디오 안에서 프로그램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게 철학 중 하나다. 나는 야외 촬영 경험이 적고, 아무리 해봤자 잘하는 분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내 스타일을 표현해보자 싶었다. 의외성, 돌발성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드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사실 녹화 땐 크게 할 게 없다. 대신 녹화 전 피 튀기게 준비를 한다. 촬영 시간도 길지 않다. 오래 하신 교수님들과 하면 정말 짧게 찍어도 콘텐츠가 나올 때가 있다. 하루에 여러 편 찍을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거다. 비용적 부분을 절감하면서, ‘많이’ 찍다 보니 우리만의 색깔이 생기고 있다. 압축적인 노하우가 다져지는 것 같다.”


정 PD는 ‘역사’가 주는 힘을 믿고 있다. 역사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주제는 아니지만 흥미로움이 가득한 ‘과학’ 분야도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정보도 전달하는, 교양 프로그램의 가치를 믿고 꾸준히 나아갈 생각이다.


“역사는 정말 메가 아이피가 될 것 같다. 모든 것의 기본이지 않나. 나아가 시대의 흐름도 보려고 한다. ‘물리 읽어드립니다’를 진행했는데, 물론 대박은 못 쳤다. 하지만 그 콘텐츠로 상을 받거나, 어떤 주제는 200만 조회수가 나오기도 했다. 대세는 아니지만 알려드리고 싶은 것도 선보이려 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 혹은 가치 실현도 함께 생각하려고 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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