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간담회서 삼성·현대차간 차량용 반도체 협력 강화 제안
정부 주도 초기 단계…역량 강화에 수요 증가로 필요성 대두
내년 OLED 패널 교차 구매로 디스플레이도 협력 강화 조짐
국내 대표 부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국내 4대 그룹간 협력 매개체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삼성과 현대차의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했고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교차 구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요 부품들을 둘러싼 기업들간 협력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6대 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의 삼성과 현대차간 협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하면서 반도체를 매개로 한 양사간 협력이 한층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양사는 정부 주도로 상호 협력 기반을 다지고는 있지만 아직 긴밀한 협력 체계는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계기로 지난 3월 출범시킨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 협의체'에 함께 참여하고 있고 5월 체결된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간 연대·협력 강화 협약에도 산업부와 함께 양사가 이름이 올렸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양사간 상호 협력이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쏘아 올린 삼성-현대차간 차량용 반도체 협력 강화
이는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에 강점이 있는 반면 현대차가 원하는 차량용 반도체 등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분야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던 점도 한 몫 했다. 이 때문에 실제 양사간 협력인 일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만 이뤄졌다.
차량의 전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나 자율주행차의 두뇌를 담당하는 프로세서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의 협력은 사실상 없었고 이는 NXP·인피니온·르네사스 등 기존 MCU 중심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독점해 오다시피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와 자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출시를 계기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양사간 협력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주도뿐만 아니라 양사가 서로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협력 강화가 자연스레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부품의 특성으로 인해 부품과 완성차 업체간 장기간 협력관계가 유지돼야 하는 만큼 협력 강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창출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위탁 생산하는 각자의 역할 분담체제를 통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로 상호 윈-윈(Win-Win) 체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서려 있다.
이미 삼성 반도체는 LG전자의 전장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장을 제어하는 단순 기능의 MCU 제품보다 차량용 통신용 칩이나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를 공개했는데 이 제품이 LG전자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에서 제작한 독일 폭스바겐 전기차용 전자제어유닛(ECU) ‘ICAS 3.1’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들어간다. 엑시노스 오토 V7은 인공지능(AI) 연산을 제공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해 가상 비서 서비스와 음성, 얼굴, 동작 인식 기능 등을 제공한다.
SK도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로 메모리 분야 강화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 7월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자회사로 출범한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도 강화에 나가고 있어 다른 기업들과 협력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OLED 대세화 속 삼성·LG의 디스플레이 협력도 주목
디스플레이에서도 기업들간 협업 강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내년에 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와 함께 판매량 목표 달성을 위해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퀀텀닷(QD)-OLED TV 신제품을 선보이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QD-OLED TV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QD-OLED 패널을 탑재하게 되는데 이와 별도로 LG디스플레이로부터 W(화이트)-OLED 패널을 공급받아 OLED TV 생산에 나서 제품 다변화와 생산량 극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QD-OLED는 적녹청(RGB) 가운데 청색(B·블루) 소자를 발광원으로 삼고 그 위에 적녹 퀀텀닷 컬러필터를 배치해 RGB의 세 가지 색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주력하고 있는 W-OLED는 적(R)·녹(G)·청(B)의 유기물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후 백색(W) 소자를 추가해 4개가 하나의 서브픽셀을 이루는 구조라는 점에서 상호 차이가 있다.
QD-OLED가 W-OLED에 비해 색재현율과 시야각에서 강점이 있고 번인(화면잔상) 문제에서도 비교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생산 초기 수율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미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고 있는 W-OLED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초기 낮은 수율로 부족할 수 있는 생산량을 메울수 있고 제품군 다변화로 판매량 증가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은 장점이 많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7월 중국 광저우 공장 본격 양산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상태라 패널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년에 패널 구매를 바탕으로 한 상호 협력 강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과거 모니터용 액정표시장치(LCD)로 협력해 온 사례가 있고 현재도 TV용 LCD 패널 공급이 이뤄지는 등 협력이 일부 이뤄지고는 있다.
하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미래 성장성이 유망한 OLED에서 상호 협력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 창출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이후 16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유지하는 업체며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대형 OLED 패널을 개발, 생산해 대형 OLED 시장을 독점해 오고 있어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국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임새가 많은 부품들”이라며 “두 부품을 매개체로 국내 주요 기업들간 상호 협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