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303개 기업 조사…"부담 있지만 동참" 72%, "적극 해결" 13%
인센티브 확대, 대체‧재활용 제품 수요 확대, 인프라 개선 등 필요
날로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와 관련해 원제품 공급자인 기업들도 상당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법인 ‘3R’(감량 Reduce, 재활용 Recycle, 대체 Replace)에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확대 등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플라스틱 제조‧사용기업 303개사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한 기업인식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5% 이상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28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해 71.9%가 ‘기업 부담 있지만 동참해야 한다’, 13.2%는 ‘기업이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기업이 아닌 정부와 최종소비자인 시민이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기업이 오히려 사업 기회로 활용 가능하다’는 응답은 7.3%였다.
2020년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1950년과 비교해 250배 증가했지만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한 상황이며,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들은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플라스틱세를 부과하고 1회용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했다. 미국은 주 정부 단위로 비닐백(bag) 등 1회용품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1회용 플라스틱제품의 중국내 생산‧판매를 금지했고, 일본은 ’35년까지 재활용률 100% 달성 목표로 바이오플라스틱 이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20% 감량, 재활용률 70% 목표로 2030년까지 1회용품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플라스틱 제조 시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2050년까지 석유계 플라스틱을 100%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같이 강화되는 국내외 플라스틱 규제에 대해서 응답기업의 의견은 엇갈렸다. ‘부담 있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필요하다’(50.5%)는 응답이 절반 가량인 가운데, ‘필요성 있지만 과도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44.2%)는 응답도 많았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므로 불필요하다’는 응답(4.6%)도 있었다.
개별규제에 대한 기업 인식은 ‘1회용품 사용금지·제한’과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의 경우 ‘환경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63.4%, 42.9%로 나타나 긍정적인 반면,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상향’은 ‘과도한 수준’(42.6%)이라는 응답이 많아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기업들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제로 ‘재활용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26.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플라스틱 대체‧재활용 제품 수요 확대’(19.3%), ‘플라스틱 수거‧선별 인프라 개선‘(18.4%), ‘폐플라스틱 원료화 등을 위한 규제 합리화’(18%), ‘대체 기술 R&D‧상용화 지원’(17.5%)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한상의는 ▲플라스틱 재활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수요 확대 ▲플라스틱 재활용 R&D 지원‧규제 개선 ▲플라스틱 재활용 인프라 개선 등 3대 부문 16개 과제를 담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최근 석유화학‧정유 기업 중심으로 폐플라스틱 열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등 선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센티브와 제품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폐기물부담금 면제, 1회용품 무상제공 금지 규제 제외 등을 유지하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별도의 수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이 밖에도 ▲플라스틱 재활용시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정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인센티브 제공 ▲플라스틱 대체 및 재활용 제품 공공구매 확대 등을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
대한상의는 플라스틱 재활용 R&D 지원과 규제 합리화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재활용 기술 수준은 최고수준인 EU 대비 80% 수준이고 기술격차는 3년 가량 뒤쳐진 상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한 실증과 R&D 지원을 확대하고 신성장원천기술 범위에 폐플라스틱 연료화기술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대한상의는 강조했다.
현행 포지티브식 규제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폐플라스틱을 연료와 원료로 재활용하려고 해도 폐기물관리법상 ‘재활용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재활용 관련 연구와 실증조차 제한을 받고 있는데, 관련규정의 ‘재활용 유형’ 범위를 넓히거나 네거티브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수거‧선별 인프라를 개선도 정책 과제로 언급됐다. 현재 플라스틱 수거‧선별은 지자체와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지만, 국내 폐플라스틱은 이물질이 많이 혼입돼 있어 일본‧미국 등에서 양질의 폐플라스틱을 수입해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2022년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이 금지되면 국내에서 폐플라스틱을 조달해야 하며, 우리나라도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에 위탁을 주더라도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은 일본과 네덜란드와 같이 지자체 중심의 수거‧선별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향후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드론 등 부가가치가 높은 폐자원이 다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래 폐자원 재활용 수거 시스템 마련도 요구된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플라스틱 등 자원을 생산-사용-폐기하던 선형경제에서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자이자 사용자인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최근 많은 기업이 ESG경영 차원에서 폐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탄소감축을 위해서도 폐플라스틱을 원료와 연료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정부에서도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