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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은 왜 개미지옥으로 전락했나 [최승근의 되짚기]


입력 2021.12.27 07:01 수정 2021.12.26 19:47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오락가락 방역 대책에 현장에선 혼란 넘어 분통

자영업자에 책임 떠넘기고 제대로 된 보상 없다는 불만 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데일리안

외식업은 직장인들이 은퇴 후 두 번째 직업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특별한 손맛이 없어도 가맹본부의 노하우와 마케팅으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마땅한 은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은 국내에서는 외식업이 은퇴자의 해방구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가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외식업에 발을 담고 있는 이들은 개미지옥이라고 부른다. 자의든 타의든 빠져나가고 싶어도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는 의미다.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2년간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각종 패널티와 책임은 다 져야한다는 불만이 높다. 최근 방역패스와 부활한 거리두기 조치에 연말 대목은커녕 눈 씻고 손님을 찾아봐야 할 판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빚으로 시작하고, 빚을 돌려가며 연명한 탓에 끝까지 빚에 발목이 잡혀야 하는 악순환도 끊기 쉽지 않다.


창업 할 때 수천에서 수억에 달하는 권리금에 인테리어 비용, 각종 집기류까지 보통 억대 투자금을 필요로 하다 보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출구 전략 카드를 선택하기에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권리금은 차치하더라도 다음 세입자를 찾는 일부터가 문제다. 하던 일을 접는다고 해서 다른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은퇴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 은퇴자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들이 2년간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며 장사를 이어온 이유다.


한계에 달해 폐업을 선택하고 싶어도 그간 받은 대출금을 일시에 갚아야 한다는 점도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버틸수록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폐업을 위해 또 다시 대출을 필요로 하는 현 구조 상 폐업 카드도 쉽게 꺼내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해방구에서 개미지옥으로 불리게 된 2년간 정부의 역할은 어땠나.


외식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은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깨뜨린 점을 가장 큰 잘못으로 꼽는다. 오락가락 방역정책에 보상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끊임없이 갈등을 만들고 편을 가르도록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방역패스만 하더라도 식당 주인이 1인 손님을 거부하는 사례가 확산되면서 미접종자와 식당 간 갈등의 불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접종자는 접종자대로, 미접종자는 미접종자대로 식당주인은 식당주인대로 불편한 시선과 잠재된 갈등을 항상 달고 살게 된 셈이다.


정부가 외식업계에 대한 보상은 소홀히 하면서 책임과 의무만 잔뜩 떠넘겼다는 불만도 크다. 보상안이 나올 때마다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급기야는 생업을 내려놓고 수백명이 서울 한복판에 모여 방역패스 정책 철회 등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인 재난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면서도 멀리 보고 정확하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반복된 땜질식 처방으로는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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