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 워쇼스키 감독·각본·제작
1999년 첫 등장했을 당시 철학적 메시지와 혁신적인 촬영 기법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매트릭스'가 부활했다.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자 가상현실 공간인 매트릭스에서 인공지능과, 이에 대항하는 인간의 대결을 그린 '매트릭스'는 SF 장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 '매트릭스'가 18년 만에 '매트릭스:리저렉션'으로 돌아왔다. '매트릭스3'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는 부활해 매트릭스에 갇혀 자신을 게임 개발자 토마스 앤더슨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나타난 벅스(제시카 헨윅 분)와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분)는 이곳이 가상현실 매트릭스라고 말하며 현실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네오의 상담사 애널리스트(닐 패트릭 해리스 분)는 네오가 게임을 만들며 혼란을 겪는 것 일 뿐이라고 매트릭스를 떠나지 못하게 만들지만, 결국 네오는 진실을 알기 위해 빨간 약을 집어 삼킨다. 그리고 누군가의 부인 티파니로 살아가는 연인 트리니티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네오와 트리니티를 이전처럼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세상, 또 인간의 의지와 순응해야 하는 운명 사이에 배치해 끊임없이 선택하게 만든다.
현재 가상현실이 구체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시작했다. 또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 '매트릭스: 리저렉션' 상황과 맞물려 또 하나의 질문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답은 많은 SF 영화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사랑'이다. 최첨단 인공지능과 맞서고 가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존재에 대한 이유를 끊임없이 묻고 있지만, 예측 가능한 뻔한 해답으로 감동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전 시리즈에서 블릿타임과 타임슬라이스, 슬로우 모션 기법 등으로 새로운 비주얼을 만들어냈던 '매트릭스'는 이전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네오가 손으로 총을 막고, 애널리스트가 시공간을 느리게 만들지만 새롭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거대 자본이 투입된 만큼 화려하고 웅장한 그림을 만들어내는데는 성공했다. 카체이싱 액션과 172미터의 43층 건물 낙하 액션들이 비주얼 테크닉을 통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아쉬운 지점은 이 모든 걸 즐기기 위해선 '매트릭스' 전 시리즈의 내용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작들의 장면이 회상으로 교차 편집되고, 끊임없이 전작을 상기시키는 대사가 쏟아지고 상징들이 배치돼 있다. 네오와 트리니티, 모피어스 등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까지 전작을 이해하지 못하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22일 개봉 러닝타임 14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