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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83)] 시린 겨울의 새벽, 따뜻한 ‘민채’의 이야기


입력 2021.12.23 11:15 수정 2021.12.23 08: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2월 21일 새 싱글 '새벽' 발매

내년 정규 앨범 발매 계획

ⓒ본인제공

재즈 보컬 민채가 2년여 만에 신곡 ‘새벽’을 지난 21일 발매했다. 잔잔하면서도 감미로운 민채의 목소리는 나른한 오후나 감성이 풍부해지는 가을의 밤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고만 여겨왔다. 하지만 민채의 이번 신곡에선 겨울의 새벽,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듯 하다. 그리고 이내 따뜻한 민채의 보컬이 포근하게 언 몸을 감싼다.


민채의 음색이 어느 계절과 붙여놔도 잘 어우러지는 것처럼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색깔들도 다양하다. ‘재즈 보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장르에 갇혀있지 않고 다양한 음악들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다. 이런 다양성을 딱히 의도한 건 아니다. 그 당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를 노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삶이 노래에 묻어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민채의 음악에는 늘 그만의 ‘온도’가 느껴진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데뷔 때 만나고, 무려 7년여 만이네요. 근황 좀 들려주세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 하하. 저는 올해 9월에 ‘minchae's 봄의 판타지’라는 유투브 채널을 시작하게 됐어요. 오리지널곡들과 가요, 팝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재해석해서 들려드리고 있는데요. 열심히 연습하고, 촬영하고, 오랜만에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 당시 ‘노래에 자신이 없다’고, ‘가수가 될 줄 몰랐다’고 했던 게 기억나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나요?


이젠 그냥 제 이야기를 하면 된다는 확신은 생긴 것 같아요. 아마 가수가 안됐다면 피아노를 계속 했을 것 같고, 지금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노래하는 건 워낙 좋아하니까 무대에서 조금씩, 조금씩 부르면서 결국엔 노래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데뷔 이후 포기하고 싶거나, 힘든 일들도 있었나요?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데, 잠시 쉬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저 잠시만 음악을 안 하고 그냥 마음 편히 놀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 소설을 쓰면서 지냈고요. 예전부터 써놨던 글도 정리하면서 책도 읽고, 또 글을 쓰고…. 그렇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니까 다시 음악이 하고 싶어지던데요? 하하. 힘든 순간에 저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장치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책과 글쓰기가 큰 것 같아요.


-얼마 전 신곡 ‘새벽’을 공개했죠. 어떤 노래인가요?


어느 날 회사로 메일이 왔어요.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분이셨는데, 저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데모 곡을 보낸 거예요. 근데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듣자마자 ‘이 노래는 내가 불러야겠다’ 생각했죠. 대표님과 이야기 끝에 정규앨범 전에 싱글로 발표하기로 했어요.


-OST를 제외하고 앨범으론 2019년 이후 거의 2년 반 만에 새 앨범이에요.


사실 그동안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었고,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나왔어야 했어요. 하지만 작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네요. 오랜만에 정규앨범이라 그런지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서 구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작업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코러스 가사를 공동으로 작업했는데요. 거의 한 달이 넘게 걸린 것 같아요. 정말 고민도 많이 하고 아이디어를 수없이 주고받은 끝에 탄생한 곡이에요. 덕분에 아름다운 가사가 나오게 되었죠. 이렇게 작업을 한 건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도 작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언제나 창작의 고통이 있지만 음악 안에서는 그 고통조차도 행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모든 과정이 감사하죠.


ⓒ본인제공

-신곡과 얽힌 이야기들, 경험들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사실 11월에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가사 작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발매일이 정해진 상태에서 녹음을 진행하게 되었거든요. 한번 녹음을 하고 아쉬워서 재녹음을 했고, 정말 촉박하게 믹싱 마스터링을 마쳤죠. 대표님부터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가을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겨울의 이른 새벽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런가요? ‘겨울의 이른 새벽’이란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번 노래가 고음과 가성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어떤 감정으로 부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게 음색으로 연결이 되겠죠? 가사에는 없지만 제가 해석한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슬프지 않게 희망적으로 부르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이 어떤 마음을 얻어가길 바라는지.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는다는 건 때로는 아프기도 하지만 행복하고 감사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고 또, 그런 것들이 결국엔 나를 더 성장시켜주니까요. 짝사랑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노래를 들으면서 기분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고요.


-가수인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도 일하고 있죠. 학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가장 나다운 노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요. 자신만의 해석이죠. 같은 가사라고 해도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질문을 많이 해요. 어떻게 느꼈는지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하고 싶은지요. 그래야 누군가를 무작정 따라하거나 영혼 없는 노래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건 매번 저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시장이 잔뜩 얼어붙었고, 민채 씨 역시 공연을 한지 오래 된 걸로 알고 있어요. 무대에 대한 갈증이 클 것 같아요.


맞아요. 공연을 안 한지 굉장히 오래되었어요. 사실 일부러 피하기도 했어요. 그 이유는 뭔가를 더 찾아야 될 것 같았거든요. 무대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싶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오랜 시간 무대와 멀어져 있으면서, 또 무대를 그리워하면서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 보여드릴 무대에서는 아마 찾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벽’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2022년에는 정규앨범으로 인사드릴 예정이에요. 공연도 더 많이 하고 전보다 활발한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더욱 민채다운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켜봐주세요(웃음).


-‘재즈 가수’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장르에 갇혀있지 않은 음악들을 들려주시고 계시는데요. 앞으로 민채의 음악은 어떤 음악들일지도 기대돼요.


아마도 어디에도 속해있고 싶지 않은 제 마음 때문일까요? 저는 그저 제 노래를 하는 것뿐이거든요. 앞으로는 제 삶을 더욱 사랑하고 싶고, 그런 제 삶을 음악에 녹여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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