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두고 갑론을박 여전
규제비용 확대 부작용 우려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피해 방지를 위해 마련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올해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그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소법이 실시되면서 주요 금융권별 민원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는 평도 있지만, 제도 준수를 위해 늘어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시행 초기 우여곡절을 겪은 금소법을 둘러싸고 금융권의 논란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시행 이후 9월 말 계도기간을 마치며 공식 적용된 금소법의 핵심 골자는 금융 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규제 강화다. 금소법에 따라 금융사는 상품을 판매할 때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6대 판매규제를 지켜야 한다.
금소법을 어긴 금융사는 수익금의 50%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내야 한다. 판매 직원에게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소법의 영향을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민원 건수다. 실제로 주요 금융권별 민원은 금소법이 실시된 올해 상반기부터 대체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금융 민원 건수는 총 4만27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줄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민원은 5875건으로 같은 기간 대비 3.8% 감소했다. 생명보험 역시 9449건으로, 손해보험도 1만5689건으로 각각 13.1%와 2.9%씩 민원이 줄었다. 금융투자업계의 민원만 4637건으로 24.2% 늘었다.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 역효과
하지만 시장에서 금소법이 마냥 좋은 제도로만 여겨지는 건 아니다. 우선 금융 상품 가입 시 안내 사항과 확인 절차가 복잡해진 탓에 소비자 불편이 오히려 증대된 측면이 있다.
아울러 금소법 이후 금융사가 고객을 과도하게 비대면 채널로 유도하면서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금소법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규제 비용이 확대돼서다. 금융사가 소비자에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라며 규제 비용 일부를 전가하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채널은 적합성원칙이나 설명의무 규제 적용 또는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또 고객이 상품 광고, 검색, 추천, 중재, 직판 간 차이를 쉽게 구별하지 못하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으로 적지 않은 비용 증가에 직면한 금융사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수 있고, 이는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가 그 비용을 대신 떠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정책이 소비자 편익 확대 중심에서 소비자 피해 예방과 보호 중심으로 바뀌면서 서비스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금소법 시행 초기 가이드라인 제공이 늦어지면서 대다수 은행들이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상황도 불거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의 부작용으로 금융 부문에서의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고, 나아가 그 비용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가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