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新농사직썰⑳] 겨울 감귤의 끝판왕 ‘윈터프린스’…만감류 왕좌 노린다


입력 2021.12.16 07:01 수정 2021.12.15 11:53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한라봉・천혜향 등 만감류의 진화

순수 국산 종자로 교배해 탄생

출하 2년 만에 성장세 ‘껑충’

농가 수익 극대화까지 ‘합박웃음’


국산 품종교배로 탄생된 겨울왕자 '윈터프린스' 겨울 햇살을 받으며 자란 윈터프린스는 풍부한 육즙과 당도로 제주감귤의 새로운 강자로 성장 중이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가을이 되면 기다려지는 과일은 단연 감귤이지. 달콤쌉싸름한 육즙이 터지는 속살은 한 자리에서 대여섯개는 까먹을 정도로 매력적이야. 요즘은 하우스감귤이 보편화 되면서 귤을 구매하기 쉬워졌어. 농가에서는 더 맛있고 상품성 있는 감귤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품종을 꾸준히 연구 중이야. 그래서 태어난 감귤이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등이야. 이런 감귤은 모두 일본 종자와 교배돼 태어났어. 그런데 최근 순수 우리 종자로 교배한 감귤이 탄생됐지. 바로 겨울왕자 ‘윈터프린스’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녀석이야. 지금까지 나온 이종교배 품종의 단점을 보완해 빠르게 제주 농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어. 올해는 윈터프린스와 함께 긴 겨울을 시작해보지 않을래?”


국내 감귤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순수 우리 종자로 교배된 감귤이 빠르게 제주지역에 확산되고 있다. 이름도 ‘윈터프린스’다. 겨울왕자라는 의미의 이 감귤은 기존 이종교배된 ‘만감류’에서 따지면 막내격이다. 그럼에도 태생은 대한민국이다. 지금까지 교배된 만감류가 일본 종자와 교배된 품종이라면, 윈터프린스는 뼈속까지 토종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태어났다.


윈터프린스는 맛과 품질 모두 최상급이다. 당도 개선을 비롯해 껍질을 쉽게 깔 수 있어 기존 만감류의 단점을 확실하게 개선했다. 농가에서도 우리 품종의 윈터프린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우리 품종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2년 만에 다섯 배 이상 생산량이 증가하는 등 첫단추를 성공적으로 뀄다.


지난 7일 제주시 애월읍에서 열린 윈터프린스 현장평가회. 출하 준비를 마친 윈터프린스를 참석한 육종가들이 둘러보고 있다. ⓒ배군득 기자

지난 7일 제주시에서 열린 윈터프린스 현장 평가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감귤 육종가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향후 윈터프린스가 정체된 만감류 시장에서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요소를 타고 났다는 반응이다.


윈터프린스를 재배하는 청년 농업인 김지훈(29)씨는 “윈터프린스는가시도 없고 나무도 잘 자라며 관리가 쉽다. 맛도 좋아서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패한 품종” 만감류…한국에서 살렸다


사전적 의미의 만감(晩柑)은 감귤나무 품종과 당귤나무(오렌지) 품종을 교배해 새로 만든 재배 감귤류 과일을 총칭한다. 통틀어 이를 때 만감류(晩柑類)라고도 부른다. 서양에서는 '탄제린(tangerine)'과 '오렌지(orange)' 합성어인 탕고르(tangor)로도 불린다.


제주감귤 가운데 잘 알려진 만감류인 레드향, 진지향, 천혜향, 한라봉, 황금향, 한라향 등은 일본에서 개발해 도입된 품종이다. 한국산 만감류 품종으로는 가을향미니향, 윈터프린스 등이 있다.


만감류의 시초는 청견에서 시작된다. 온주밀감류와 오렌지류에서 탄생된 청견이 ‘만감류의 어머니’로 불린다. 이 청견과 함께 교배된 품종들이 지금의 한라봉 등의 계열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청견은 새 품종으로 탄생은 했지만 맛이나 상품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청견과 또 다른 품종 교배가 활발히 이뤄졌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라봉(청견+온주밀감류)이 대표적인데, 이 역시 상품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그런 한라봉이 제주도에 들어와 당도 개선 등이 이뤄지면서 상품성을 인정받아 고급 감귤로 인생역전을 한 것이다.


현장평가회에 참석한 육종가들이 윈터프린스 상품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주로 한라봉 재배 농가에서 관심을 보였다. ⓒ배군득 기자

제주도 한라산을 따 만든 한라봉 이외에 청견의 직계 자손으로는 진지향(청견+온주밀감류), 천혜향(청견+마코트), 한라향(청견+길포폰칸) 등이 있다. 이후 진지휘(온주밀감류+앙콜), 카라향(길포폰칸+오렌지류) 등이 청견 서자격으로 태어났다.


한라봉, 천혜향 후손으로는 최근에 인기 있는 황금향(천혜향+한라봉)과 레드향(한라봉+서지향)을 꼽을 수 있다. 두 품종 모두 고급 감귤에서 생산량을 꾸준히 올리는 과일이다.


만감류의 장점은 단연 감귤 수확의 연속성이다. 통상적으로 만감류는 5월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한라봉은 12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 출하된다. 천혜향 역시 1~3월이 가장 맛있다. 통상적으로 감귤(조생귤) 수확이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귤 농가의 비수기 수익을 책임져주는 만감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욱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장은 “12월 수확 가능 감귤류는 온주밀감과 조숙(일찍 성숙하는) 만감류로선택폭이 좁다”며 “일부 만숙성(늦게 성숙하는) 만감류를 조기 수확하면 저 품질 감귤이유통되는데 이는 12월 감귤 가격 폭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윈터프린스는 고품질의 연내 수확 가능한 품종을 보급해 농가 소득향상에 기여하고자 개발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만감류 겨울왕자 ‘윈터프린스’ 나가신다


우리나라에서 감귤 시장은 확실한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 전체 감귤 생산량은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는 흐름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산 감귤 총생산량은 65만4864t으로 2019년산 63만1310t보다 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만감류’는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절대강자였던 한라봉이 최근 5년간 내리막을 걷는 사이 천혜향과 레드향, 황금향 등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왕좌를 노리는 겨울왕자 ‘윈터프린스’가 가세하면서 만감류 시장은 어느때보다 뜨겁다.


실제로 한라봉 생산량은 같은 기간 4만1222t으로 전년(4만2477t)에 비해 3% 줄었다. 한창때인 2014년산(4만6069t)과 비교하면 무려 11%나 감소한 수치다. 최근 5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한라봉의 생산량 감소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한라봉과 유사한 만감류가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생산량의 평준화가 이뤄지는 추세다. 실제로 한라봉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만감류 생산량 합계는 큰 변동이 없다. 한라봉 감소에도 천혜향과 기타 만감류가 이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한라봉 이외의 만감류가 상품성이 업그레이드 된 부분도 감소 이유로 꼽힌다. 한라봉보다 당도가 좋은 만감류의 개발이 이뤄지면서 한라봉도 어느덧 은퇴 기로에 섰다. 한라봉 자손인 레드향과 황금향의 약진은 한라봉 농가 입장에서 품종 전환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 다가왔다.


토종 만감류 윈터프린스. ⓒ배군득 기자

윈터프린스는 이 과도기적 시기에 틈새를 파고 들었다. 토종 만감류라는 확실한 컨셉으로 제주 육종가들의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다. 윈터프린스는 하레히메와 태전병감의 교잡종이다. 두 종자 모두 토종 품종이다. 수확기가 12월 상하순으로 같은 만감류인 황금향이 경쟁 상대다.


윈터프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재배 시 열과 발생이 매우 적으며 속껍질이 얇아 부드럽다. 살짝 껍질 뜸 증상이 있어 껍질을 벗기는데 수월하다. 이와 함께 나무가 강해 생육이 빠르다. 가시가 없어 수확시 작업이 편한 것도 특징이다.


현장 평가회에 참석한 한 농가는 “최근 한라봉 농가에서 윈터프린스로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어떤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당도가 한라봉과 견줘도 손색이 없고 재배방법도 까다롭지 않은 것 같다”며 “윈터프린스 재배 농가가 많아지는 추세여서 향후 만감류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감귤연구소, 제주감귤 연구는 계속된다


감귤연구소는 국산 만감류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최적의 당도와 상품성을 갖춘 윈터프린스는 감귤연구소의 자존심이다. 이제 윈터프린스를 시작으로 한라봉과 같이 국산 만감류 계보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윈터프린스는 시작부터 주목 받았다. 올해 출하량이 20t 규모인데, 이는 지난해보다 다섯 배나 많은 수준이다. 불과 2년 새 윈터프린스의 존재감이 시작된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윈터프린스 상품성을 알아보고 수량 확대에 나섰다.


현재욱 감귤연구소 소장이 현장평가회에서 윈터프린스 개발 과정과 장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윈터프린스 당도는 12.5∼13.5브릭스(Brix), 산 함량은 1.0∼1.2%다. 경쟁품종인 ‘황금향(당도 11.3Brix, 산도1.23%)’ 보다 당도는 높고 신맛은 적당하다. 또 만감류이면서도 일반 감귤처럼 과즙이 풍부하고 식감이 부드럽다.


일부 만감류와 달리 씨가 없고 껍질 벗김이 수월해 먹기 편한장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2016년 개발한 윈터프린스 재배 면적은 지난해 7헥타르(ha)에서 현재 30ha로 늘었다. 감귤연구소에서는 내년에 70ha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 소장은 “윈터프린스에 대한 농가 관심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우리 기술, 우리 품종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지금 추세라면 100ha 이상 재매 면적을 확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소장은 이어 “감귤연구소는 향후 만감류 뿐만 아니라 감귤의 효율적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발과 연구에 매진 할 것”이라며 “윈터프린스는12월 출하되는 만감류 중 맛과 소비 편이 측면에서충분한경쟁력을 갖춘품종이다. 안정적인 시장 정착을 위해 재배 기술 보급 등에 더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12월 23일 [新농사직썰㉑]이 이어집니다.

'新농사직썰'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