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신뢰외교 개념 정립 안돼
임기 동안 혼란 안고 외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실용외교위원회(위원장 위성락)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박근혜 정부 '신뢰외교'가 소환됐다.
이 후보가 직접 실용외교의 총론을 '국익 추구'으로 제시한 상황이지만, 미중 전략경쟁 등 녹록지 않은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보다 뚜렷한 각론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 실용외교의 현상과 진단,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박 정부 신뢰외교를 언급하며 "인수위를 거치는 동안 신뢰외교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혼란을 안고 외교를 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박 정부 임기 내내 '신뢰외교가 뭔지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학계에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직접 화두를 던진 실용외교에 대해선 "(이 후보 집권 시) 차기 5년 한국 외교의 가이딩 컨셉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면서도 "개념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고 개념 세련화에 역점을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실용외교가 박 정부의 신뢰외교와 마찬가지로 '추상적 개념'에 그칠 우려가 있는 만큼, 개념 구체화 작업에 공들일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후보가 직접 언급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구상 역시 단선적 접근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실용외교를 흔히 국익 중심 외교로 등치 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며 "실용주의라는 것이 국내정치에선 중도 확장성, 이념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쓸 수 있지만, 외교로 가져올 때는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다른 나라의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국익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실용외교에 어떤 내용을 채우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국제정치나 외교정책은 국익과 가치를 굉장히 중시하는 상황"이라며 "가치를 제외하고 국익만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물질적 국익 간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미중 전략경쟁 장기화가 예견되는 만큼, 한국이 자체 가치 노선을 확립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예측 가능한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최근 학회에서 미중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을 '약한 고리'로 규정했다며 "미국 측은 (한국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중국 측은 (한국을) 미국 동맹에서 떼어낼 수 있다고 본다. (미중) 양쪽이 볼 때 어떤 면에서 만만하고 약한 고리"라고 말했다.
그는 "사안별 이익 극대화를 꾀하되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가치 및 논리 구조가 없으면 계속 약한 고리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실용외교가 단기적 개별 사안에서의 이익 극대화 외교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지, 그런 가치를 개발해 이익과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