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의 확장성이 커지면서 IP(지식재산권) 확보와 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방송사,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이 IP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일부 제작사들은 공동으로 움직이며 IP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IP 전쟁’ 구도가 더욱 복잡해졌다. 초록뱀미디어를 비롯해 씨투미디어, 오로라미디어, 빅토리콘텐츠, 지담, 디케이이앤엠, 아이에이치큐(iHQ),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김종학 프로덕션 총 9개의 국내 미디어 제작사들이 드라마 제작 연합체인 크리에이터 얼라이언스(이하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출범식을 연 이들은 인적, 물적 자원을 결합해 제작 인프라를 개선하고, IP 확보를 통해 콘텐츠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초록뱀미디어 경영 전략본부 김세연 본부장은 “창작물에 대한 IP는 채널에 귀속돼 왔다. OTT를 비롯한 수많은 채널이 생겨난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IP는 크리에이터에 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재가공, 재생산하고 다른 형태 콘텐츠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재창작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이제는 한국 드라마의 무대가 전 세계가 됐다.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콘텐츠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문제를 유발하기도 했다 했다. 투자의 기회는 늘어났지만, 넷플릭스가 IP를 모두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국내 제작사가 단순 용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가 제작사에 드라마 외주를 주는 형태로 제작이 돼 드라마 제작사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곤 했지만, 점차 방송사가 외주제작사 저작권을 다 가지는 관행은 깨지고 있었다. 앞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함부로 애틋하게’ 등 해외 시장이 주목하는 작품들은 외주제작사가 드라마 저작권과 수익 대부분을 가지고 가기도 했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가 IP, 판권, 해외 유통권 등을 모두 싹쓸이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사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진 것.
한 방송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들이 자기 콘텐츠를 가지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창작자들이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간 국내에서는 잘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얼라이언스 출범은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의 공유를 통해 제작비 충당 문제는 해결하더라도, 이들이 위험 부담을 오롯이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성도 공존한다. 이에 이들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또 이를 통해 높인 협상력을 잘 활용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얼라이언스 출범의 의미를 강조한 관계자는 “이들 또한 리스크를 안고 시도를 하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또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활용 역량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IP를 가진다는 것은 그 책임까지도 감당하겠다는 것인데, 지금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지 않나.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들의 선택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