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현장서 경찰 이탈…'신변보호자' 전 애인에게 살해
'인천사건' 해당 경찰관들 해임…인천경찰청장 사퇴하기도
경찰, 현장 대응력 강화 TF 구성해 개선논의…시민들은 여전히 "신뢰 가지 않는다"
2012년 4월, 한 여성은 정확한 범행장소와 함께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다. 경찰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주소를 다시 말해달라", "누가 그랬냐", "아는 사람이냐" 등의 질문을 하며 7분 36초를 허비했다. 경찰이 허비한 7분 사이에 그 여성은 사망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원춘 사건'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던 신변보호대상 여성이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 끝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에서는 층간소음 흉기난동 현장을 경찰이 이탈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로 인해 경찰의 부실대응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인천 사건의 해당 경찰관들은 해임됐으며 총책임자가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경찰청장은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경찰은 2012년 '오원춘 사건' 때와 같이 이번에도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내부에서는 현장 대응력 강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선방안까지 논의했다. 지역경찰과 신임 경찰관 교육체계 개편, 장비 실용성 강화와 사용 훈련 강화, 법 제도적 기반 확충, 매뉴얼 개선 등 종합적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는다. 항상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서야 고치겠다는 태도, 국민에게 하는 사과만큼 유족이나 피해자 가족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했는지, 말로만 '개선하겠다'는 발표에 대한 불신을 거론했다.
취재한 날 유난히 부정적인 의견만 만났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에서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가 보이지 않았다. '과연 경찰이 개인과 가족, 주변인을 보호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지난 7월 제주에서 40대 남성이 과거 연인관계였던 여성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사건 때처럼 경찰대응이 안일해 보인다고 말한 지인도 있었다. 해당 사건도 피해자가 아들과 함께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재고부족의 이유로 피해자의 아들은 스마트워치를 제공받지 못하고 피살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렇듯 일부 시민의 의견을 빌리면 경찰 조직의 사과와 개선논의는 변명에 불과해 보인다. 책임 떠넘기기와 꼬리 자르기뿐, 지난 10년간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돌고 돌아 결국 매뉴얼 고친다는 타령이다.
누군가의 사표나 해임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국민과 약속을 했으면 지키고, 지키지 못한다면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만큼 경찰조직이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더 이상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