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총량 관리 지속 방침
고강도 압박 부작용 반복 우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올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던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고강도 압박 속 실수요와 밀접하게 연관된 전세대출마저 중단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대출 금리를 급격히 끌어 올리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시장의 긴장을 덜기 위해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전반적인 규제 기조는 고수하기로 하면서 실수요자의 불안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위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지난 3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가계부채 관리 역시 총량 관리가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올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묶겠다는 가계부채 관리 방침을 지난 4월부터 시행해 왔다. 이어 내년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도 4~5%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고 위원장은 이와 동시에 내년부터 가계부채 규제를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로 단계적 전환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차주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제도적 장치가 시행되는 만큼 안정적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 뜻하는 지표로, 여신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빚 상환 능력을 정확히 반영해 무리한 가계대출을 사전 차단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DSR을 엄격하게 적용할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고 위원장은 "적극적인 가계부채 관리 노력 등에 힘입어 지난 8월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평가했다.
◆"원칙 지키며 문제 해결책 모색"
문제는 올해 내내 지속된 가계부채 총량 규제로 이미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8월 금융당국의 수장이 고 위원장은 은행을 향한 규제 압박 강도를 높이자, 결국 같은 달 말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면서 차주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전세대출마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끝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세대출 중단은 없다고 선언하고 나서야 사태가 어느 정도 진화될 수 있었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대출 금리도 가계부채 총량 규제의 역효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라고 하자 은행들이 실질 이자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 위원장 역시 이런 혼란을 인정하면서도 규제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는 "가계부채 급등 추세의 전환을 견인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그 과정에서 제기된 전세대출과 급격한 대출 금리 상승 등의 문제에는 원칙을 지켜가며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 위원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의 피해 경로와 지원 수요를 세심히 고려해 서민금융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우선 연말을 맞이해 이들의 자금상 어려움이 커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총량 규제라는 기조가 변치 않는 한 내년에도 가계 대출을 둘러싼 부작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떻게든 대출 총량만 지키라는 식의 감독 편의적 규제보다는 각 업권은 물론 개별 금융사의 현 주소까지 들여다보는 핀셋 정책이 필요한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