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풍력이 원전 6기 발전량이라더니
합천태양광 가서 "원전 9기급" 또 물의
발전량·설비용량 구분 못하는 정부수장
정부・청와대 참모가 文 눈과 귀 닫았나
지난 3월 "신안해상풍력은 원전 6기 발전량"이라고 발언하며 논란을 샀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태양광 현장에서 동일한 실수를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경남 합천댐 수상 태양광 현장을 방문해 "우리 수상태양광(9.4GW)은 원전 9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라고 강조했다. 설비용량을 발전량인 것처럼 부풀려 발언한 것이 핵심이다.
동일한 과오가 반복되면서 '임기 5년 차에 기본적인 에너지 단위조차 모르는 대통령에게 나라를 맡기겠나' '알면서도 발언했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난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 참모진들이 인식의 오류를 묵과하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닫은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근래 태양광, 풍력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원전과 발전량이 맞먹는다는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많고 많은 발전원 중에 왜 굳이 원전에 견주어 비교하는 것일까.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히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려는 의도인 동시에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신재생과 원전을 비교 시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시켜 발언한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9.4GW급 합천 수상태양광이 원전 9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라고 언급했지만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태양광은 낮에만 발전하는 간헐성 때문에 이용률이 15% 수준이다, 9.4GW 태양광 설비의 실제 발전량은 평균적으로 1.4GW에 불과한 셈이다. 굳이 발전량을 원전과 비교하면 신고리 3호기 원전 하나에 해당한다.
대통령의 인식 오류가 교정되지 않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문 대통령은 올해 3월 '세계 최대 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서도 "8.2GW급의 신안해상풍력단지는 한국형 신형 원전 6기 발전량에 해당된다. 이는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발언했다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특유의 간헐성 때문에 전력 생산 시간이 한정돼있다. 태양광 발전은 밤이나 흐린 날에는 발전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발전효율은 설비용량의 15%(하루 3.6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풍력 역시 바람이 부는 날에만 발전이 가능해 연 20~25% 수준이다.
반면 원전의 경우 발전효율이 70~85%(하루 17~20시간)에 해당된다. 이에 발전설비 용량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되며 각 에너지원마다 발전효율을 각각 다르게 적용해 발전량을 구해야 하는 게 전력업계 기본적인 상식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합천수상태양광 현장에서 드러낸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 오인은 신안해상풍력 연설에서 드러낸 오인과 동일하다"며 "풍력과 태양광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인식의 오류를 계속해서 범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발언 실수라기보다는 정부부처, 청와대 참모진 및 현장 실무자들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너지 정책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및 합천 수상태양광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태양광 간헐성과 같은 기초상식을 모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난 신안풍력 논란 때 산업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풍력발전 이용률이 30%라고 명확히 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원전 발언과 연결 짓지는 않았다"며 "이같은 인식의 오류를 시정해주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닫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겠다는 대통령이 기초적인 에너지 단위도 이해하지 못하면 100년 대계 에너지 계획을 믿고 맡길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