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도 선진, 팜스코 자회사로 둔 농수산홀딩스 지주사가 합병
NS쇼핑, 물류사업 추진에 수천억 비용 감당
서울시와 갈등 해결돼 본격적인 추진 단계서 지주사가 합병
하림지주의 NS쇼핑 합병을 놓고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면서 NS쇼핑 내부는 물론 NS쇼핑에 투자한 일부 주주들까지 가세해 불만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NS쇼핑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하림지주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하림지주는 신주 발행을 통해 NS쇼핑 주주들에게 1대 1.41347204 비율로 주식을 교부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한다.
내년 1월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3월 주식교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상장사인 NS쇼핑은 상장 폐지되고 하림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후 NS쇼핑은 향후 NS홀딩스(투자법인)와 NS쇼핑(사업법인)으로 물적 분할되고 하림지주는 NS홀딩스를 합병하게 된다.
하림지주 측은 “도시첨단물류단지라는 융복합 경제 생태계를 추진해 하림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한편 미디어환경의 급변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TV홈쇼핑사업에 집중력을 높여 식품전문 유통 플랫폼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하림산업을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하림산업이 추진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라는 미래의 성장 에너지를 확보해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지주사의 계열사 합병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논란이 발생할 만한 사정이 있다.
NS쇼핑 자회사인 하림산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와 갈등으로 지연되다 최근 감사원 결정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NS쇼핑 내부 직원들은 물론 주주들도 기대가 컸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이 사업은 통째로 지주사로 넘어가게 됐다.
NS쇼핑은 지난 2016년 양재동 부지 구입비용(4500억원)을 비롯해 사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비용 등 6800억원이 넘는 돈을 이 사업에 투자해왔다.
본업인 홈쇼핑 사업은 매번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물류사업과 각종 신사업 투자에 비용을 대면서 올 3분기 누적 전체 실적은 적자전환 했다.
NS쇼핑의 알짜 사업이 지주사로 옮겨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확히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가 NS쇼핑 전신인 농수산홈쇼핑을 농수산홈쇼핑과 농수산홀딩스로 법인을 분할하는 안을 승인한 이후 2012년 제일홀딩스는 농수산홀딩스를 흡수합병 했다.
제일홀딩스는 차후 하림홀딩스까지 합병하고 하림지주로 이름을 바꾸면서 당시 4개 지주사 체제에서 하림지주 단일 지주사 체제로 바뀌게 됐다.
당시 농수산홈쇼핑은 본업인 홈쇼핑 사업 외에 선진, 팜스코 등 육류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금창출력이 좋은 홈쇼핑 사업에 이어 알짜 계열사까지 갖추면서 당시에도 그룹 내에서 성장성이 가장 유망했던 회사였다.
NS쇼핑 입장에서 보면 10년 전 선진과 팜스코를 지주사에 내준데 이어 이번에는 양재동 물류사업까지 지주사에 뺏기게 된 셈이다.
그간 물류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에 본업인 홈쇼핑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제때 확대하지 못하고 급여 등 내부 직원들의 처우도 개선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에 대해 NS쇼핑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여타 홈쇼핑 경쟁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며 체질 개선에 주력한 만큼 경쟁력 측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물류사업 성장성을 보고 NS쇼핑에 투자한 강성 주주들도 불만이 큰 상황이다.
지주사 주식으로 전환해주기는 하지만 애초에 NS쇼핑의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의 경우 강제적으로 지분을 빼앗긴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분 투자에 대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개매수도 진행하지 않는 탓에 상실감은 더 큰 상황이다.
일부 주주들은 주식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총수 일가를 위한 합병이다', '소액주주를 무시한다', '대주주의 전횡이다' 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인적분할, 물적분할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거나 전략적 투자 측면 등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의 한 부분”이라면서도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지했다면 사회적인 충격이나 여파를 줄일 수 있었을텐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경우 흡수합병이 되고 남는 기업에 대한 미래전략이나 기업비전 등 가치 제고 방안을 보통 같이 발표해 논란을 최소화하는데 그런 배려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