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 감독 연출
전종서 손석구 주연
"15살 남자만 몽정을 하는 게 아니다. 29살 여자도 몽정을 한다"라는 말과 신으로 시동을 거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여자의 욕구불만과 욕망을 솔직하고 발칙하게 그려낸다. 몸은 외롭지만 감정 낭비를 할 만한 마음의 여유와 의지가 없는 자영(전종서 분)의 모습은 주변의 젊은 세대를 쉽게 떠오르게 만든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전종서 분)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우리(손석구 분), 이름, 이유, 마음 다 감추고 시작한 그들만의 아주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정가영 감독의 상업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남녀의 미묘한 텐션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그동안 원나잇, 감정 없는 연애 등은 많은 섹시 코미디 장르서 볼 수 있던 소재지만, 정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니 결이 달라진다. 정가영 감독은 '비치 온더 비치', '밤치기', '하트' 등에서 여자의 욕망에 대해 도발적으로 꾸준히 풀어냈다. 자신이 연출과 연기를 모두 연기하며 발칙함에 현실성을 더해왔다. 가벼운 농담으로 남성에게 끊임없이 유혹의 농담을 건네는 정가영 감독의 영화는 실제 같은 무드가 강점이었다.
무대가 상업영화로 달라졌을 땐 이전의 작품의 수위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가영 감독은 자신의 색을 확고히 가져왔다. 성적인 농담이 난무하지만 선정적이거나 불쾌하지 않다.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는지 더 엿듣고 싶어진다. 이는 배우들의 몫이 컸다. 자영은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발칙한 인물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솔직한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개방적이지만 문란하진 않다. 이 한 끗 차이를 전종서는 말간 얼굴, 호기심과 솔직함이 가득한 대사들로 선을 넘지 않는다.
손석구가 연기한 우리는 자영의 거침없는 행동과 말에 놀라워하지만 이내 호감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우리는 사실 문창과 출신으로 소설을 쓰는 게 꿈이었지만 현재 잡지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섹시한 칼럼을 써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친구에게 떠밀리듯이 데이팅 앱에 가입해 소재를 찾던 중, 자영과의 썸이 그의 글감이 되어준다. 전종서의 발랄한 매력을 손석구 특유의 리듬감 있는 연기가 균형있게 잡아준다.
두 사람은 몸은 누구보다 가깝지만 마음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는 탓에, 서로에게 더 솔직할 수 있었다. 가끔은 가족, 친구보다 타인에게 더 솔직해지는 우리의 모습처럼 말이다. 영화는 젊은 세대의 '연애의 현실'만 짚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성을 만날 통로가 좁아지는 현실, 데이팅앱을 통한 만남의 위험성, 사이버 불링 등의 위험성도 내포한다.
다만 우리가 자영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며 인기를 얻고, 이를 자영이 알게 된 후 일어나는 일은,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논란의 소지가 크지만 영화에서는 우리의 반성과 미소로 인해 해피엔딩으로 연결되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공식은 뻔하지만 캐릭터의 뻔뻔한 매력으로 완성한 한 편의 잘 빠진 로맨틱 코미디임은 분명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술자리에서 친구의 질펀한 수다를 들은 것 같은 유쾌함이 남는다. 24일 개봉. 러닝타임 9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