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유사, 脫탄소 외쳐도 믿을 건 탄소뿐


입력 2021.11.21 06:00 수정 2021.11.21 15:4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팬데믹 이후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증가 반면 공급 제한적

中 정유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제품 수급 타이트해질 듯

정유사, 정유 이익 비중 올해 보다 내년 더 높아질 가능성↑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화석연료의 반격일까? 탈(脫)탄소가 글로벌 최대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유사들의 내년 수익은 본업인 정유 사업에서 상당 부분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팬데믹 이후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수소,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으로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당분간 이익 대부분을 본업에 의존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에너지 기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내년 석유 수요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1월 보고서(MOMR)를 통해 내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59만 배럴로 올해(9644만 배럴) 보다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억3만 배럴) 수준을 웃돈다.


OPEC은 경제 전망과 코로나19 통제, 안정적인 석유화학 부문 수요를 미루어 볼 때 미국과 중국이 내년 석유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지지부진했던 석유제품 수요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 수요 증가에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BEP)을 웃돌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11월 둘째주 현재 배럴당 6.3달러로 전주 대비 1.4달러 하락했지만 최근 정제마진 흐름은 수요 회복, 재고 소진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현상이어서, 앞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의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판단한다.


회복되는 수요와 달리 중국의 정유 산업 구조조정,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설비 투자 축소로 석유제품 공급은 축소돼 수급이 더욱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HS 등에 따르면 올해 석유제품 수요 증가량은 496만 배럴~595만 배럴을 나타내는 반면, 설비 순증설은 88만 배럴 수준에 불과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전망이다.


내년 수요 증가량 역시 363만 배럴~461만 배럴로 견조하지만 설비 순증설은 167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과 달리 공급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탈탄소 정책도 이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올해 중국은 현지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이는 아시아 정유 시장에 대한 중국 정유사들의 수출량 감소를 의미한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인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395만t을 기록, 전월 보다 5% 가량 줄었다.


중국은 수출 뿐 아니라 수입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민간 정유업체(Teapot)를 대상으로 경순환유(LCO) 등 3종의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 소비세를 부과한 데 이어 원유 수입 쿼터도 축소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티팟 정유사에 대한 원유 수입 쿼터 축소는 중국 내수 시장 경쟁을 완화시켜 국영 정유사들이 역내 수출 물량을 줄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중국의 수출입 쿼터가 올해 크게 축소되며 월간 원유 수입량은 작년 10월 4850만t을 고점으로 올해 10월 4095만t까지 16% 줄었으며, 정유 제품 수출도 올해 6월 608만t에서 10월 472만t으로 22% 감소했다"면서 "이는 아시아 정유제품 수급밸런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가스 가격 급등으로 대체재인 석유 제품 수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석유제품 수급이 더욱 타이트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 사업 이익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로 정유사들이 수소,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들 사업이 본업을 대체할 만큼 수익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실적인 대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경규제 강화는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 보다 공급을 더 빠르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특히 팬데믹 환경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탈탄소 정책이 강화되며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친환경을 위한 대가로 에너지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내년 정유사들의 정유 사업 이익 개선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정유 사업 영업이익이 올해 1조190억원에서 내년엔 1조139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사업 영업이익이 올해 1조3650억원에서 내년 1조712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