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택시대란 ③] 서울시가 3부제 해제해도… "여전히 택시 안 잡혀요!"


입력 2021.11.22 06:06 수정 2021.11.20 16:03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시민들 불만 폭발 "기다려도,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는다…오히려 더 심해진 듯"

택시기사 "강남에서 연신내 한 번 갔다오면 피크타임 끝나…해제돼도 야간운행 안할 것"

"택시는 사고 안 나는게 가장 중요, 몇 만원 더 벌겠다고 일 안한다…수입도 크게 늘지 않아"

"심야에 택시 많아지만 다음날 출근길에 운행하는 택시 줄어들까 우려"

서울시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심야 택시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1월 1일까지 개인택시 3부제를 해제해 오후 9시에서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는 휴무일인 택시도 운행할 수 있게 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심야 택시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택시 3부제를 지난 16일부터 해제했지만 심야 택시 승차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택시 기사들 대부분은 3부제가 해제돼도 몇 만원 더 벌겠다고 위험하게 야간운행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수입도 크게 늘지 않으면서 장거리 한 번 뛰면 심야 피크타임도 끝나 3부제 해제는 택시 승차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심야에 택시운행이 많아지면 출근길 택시가 줄어드는 역효과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택시 3부제는 운전자 과로 방지와 차량 정비, 수요·공급 조절 등을 위해 가·나·다 3개의 조로 나눠 운행하는 것으로, 2일 운행 뒤 하루씩 쉬게 된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서울의 심야시간대 택시 승차난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우선 16일 오후 9시부터 연말까지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했다.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심야 택시 수요는 이전보다 급증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크게 줄어든 택시 공급은 여전히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오후 10시 30분쯤 광화문 일대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친구와 귀가하려고 택시를 기다리던 김모(18)씨는 "3부제 해제 소식을 몰랐다"면서 "20분이 지났는데도 택시가 안 잡힌다. 오늘 오히려 (승차난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비슷한 장소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40)씨도 "3부제가 해제됐다지만 택시 잡는 데 걸린 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며 "노원구에 사는데 택시들이 강북 쪽은 안 가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던 딸이 전화를 걸어오자 "이제 갈 거야"라며 조급한 마음을 어쩔 줄 몰라했다.


다른 번화가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합정역 인근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김모(25)씨는 "위드코로나 전에는 밤10시 전에 택시가 안 잡혔다면 지금은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계속 안 잡힌다"며 "최근 술 약속이 많지만 택시 승차난 때문에 정말 난처하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30)씨도 "최근에는 택시를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해서 야근할 때 미리 회사에서 택시가 잡히는 걸 확인하고 나온다"며 "잡히더라도 멀리서 잡혀 실제 도착까진 정말 오래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영등포에 직장이 있는 곽모(30)씨도 "위드 코로나로 저녁 약속이 많아졌어도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그냥10시 이전에 나오는 게 속 편하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택시가 안 잡힌다. 의도치 않게 야근 당첨", "우리 지역에서는 카카오T로 호출하지 말고 지역 콜로 잡으라고 하더라" 등등의 글이 쇄도했다.


택시 기사들도 3부제 해제가 승차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3부제 해제로 심야에 택시들이 많아지면 다음 날 출근길에 운행하는 택시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서역 인근 가스 충전소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김모(70)씨는 "택시는 사고 안 나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근무가 길어지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이 일은 일과 휴식의 균형이 중요해서 3부제를 해제해도 나는 똑같이 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경력 28년의 정모(66)씨도 "심야 피크타임은 딱 2시간인데 그걸 뭐하러 굳이 하겠느냐"며 "그것도 강남처럼 번화가에만 사람이 많다. 강남에서 손님 태워 연신내 같은 곳 한 번 다녀오면 피크타임은 끝난다. 몇만 원 벌려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야에 택시들이 많아지면 다음날 출근길에 운행하는 택시가 줄어들 것 같아 이게 더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 윤모(53)씨도 "한시적으로나마 규제를 풀어주면 낮에 쉬고 밤 9시부터 다시 일하는 방식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3부제 해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수입도 크게 늘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정채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