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가격 인상·질 낮은 AS 서비스에도 콧대↑
글로벌 호갱 자처…“ESG 등 기업 경영 중요”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 그러나 가격이 치솟을수록 오히려 더 장사가 잘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국내 명품 시장이다.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남다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 달러로 2019년(125억1730만 달러)에 비해 소폭 줄며 독일을 밀어내고 명품 시장규모 세계 7위에 올라섰다.
작년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2869억 달러)가 2019년(3544억 달러)보다 19%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0.1%의 매출 감소는 호실적에 가까운 실적인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된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이른바 ‘에루샤’의 지난해 실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468억원으로 2019년(7846억원) 대비 33% 뛰었다. 영업이익도 548억원에서 1519억원에서 177%나 올랐다.
같은 기간 샤넬은 매출액이 92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1491억원을 기록했다. 에르메스도 매출액 4191억원, 영업이익 13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씩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소비 욕구와 2030세대의 플렉스(자기 과시형 소비) 문화 등이 명품 소비로 이어진 결과다.
그런데도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을 ‘글로벌 호갱(호구+고객)’으로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월 샤넬의 화장품 구매 고객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고 이틀이 지난 다음에서야 사과문을 게시하며 늑장 대응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국내에서 인기 제품군인 ‘타임리스 클래식 플랩백’과 ‘코코핸들 핸드백’ 라인 제품을 한사람이 1년에 1점씩만 살 수 있게 제한했다. ‘스몰 레더 굿즈’ 항목에서는 같은 제품을 연간 2점 이상 사지 못하도록 했다.
에르메스도 1인당 동일한 디자인의 가방을 연 2개까지 구입하도록 하고 신발과 패션, 쥬얼리 제품은 같은 모델을 하루에 2개까지만 살 수 있다.
최근에는 샤넬이 올해 네 번째 가격 인상도 단행했다. 샤넬은 지난 3일 클래식백 스몰 사이즈 가격을 893만원에서 1052만원으로 17.8%, 클래시백 미디움은 971만원에서 1124만원으로 15.8% 인상했다.
클래시백 라지 사이즈는 1049만원에서 1210만원으로 15.3% 올리면서 클래시백 라인 모두 1000만원을 넘었다.
루이비통 역시 지난달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 올렸다.
이처럼 잦은 가격 인상과 불친절한 응대, 질 낮은 사후 서비스(AS) 등에도 우리 국민들은 너도나도 ‘오픈런’을 벌이며 호갱을 자처하고 있다. 명품 업체들의 콧대를 우리 스스로가 치켜세워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자본주의 시대에서 명품 소비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갑질을 일삼는 기업에 대한 소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 환경·사화·지배구조(ESG) 경영이 중요시 되고 있는 시점이다.
소비자가 달라져야 기업도 바뀌는 시대다. 명품 업체들의 갑질에 비판적인 시선과 현명한 소비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