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부, 영장 없이 대변인 공용폰 압수…전 대변인 참관없이 포렌식도
법조계 "감찰 꼼수로 사실상 편법 압수수색…헌법 영장주의 원칙 훼손"
"공수처의 하명·표적 감찰로 봐야"…공수처 "사전 협의설 근거 없는 억측"
검찰 이미 무혐의 결론 '판사사찰 문건' 또 손대는 공수처…스스로 정치적 논란 키워
대검 감찰부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관련 각종 의혹들에 대한 조사를 명목으로 전현직 대검 대변인이 사용한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이것을 공수처에 넘겨줬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 손을 빌려 편법으로 대검 대변인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수처가 이른바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 후보를 입건하면서 또다시 공세에 나서자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윤 후보를 겨냥한 공수처의 하명·표적 감찰과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29일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했다. 이 공용 휴대전화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로 재임하던 시기 대변인이던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과 이창수 대구지검 차장검사가 취재기자들과 연락을 하기 위해 언론사 대응 목적으로 사용됐다.
서인선 대검 대변인은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휴대전화 사용자였던 전임 대변인들에게 포렌식 참관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감찰부에 요청했으나, 감찰부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부는 대변인실 서무 직원을 대신 참관시키려 했지만 해당 직원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결국 참관인 없이 포렌식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사용자 없이 진행한 감찰부의 포렌식은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 원칙을 명백하게 훼손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감찰'이란 행정 절차를 통해 사실상 강제수사를 벌였고, 이는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피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지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강압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임의 제출물로 보지 않는다"며 "대변인이 감찰부로부터 '감찰에 비협조할 경우 그것도 감찰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강압적 행위로 볼 수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포렌식 과정은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압수 목록을 작성해 피압수자에게 돌려주지도 않아 헌법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부연헀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정상적인 압수수색 절차를 밟으려면 범죄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범죄 사실이 없는 상태에서 임의 제출 형식을 취하려다보니 발생한 문제"라면서 "일단 윤 후보에 대해 뭐라도 불리한 것이 나올 수 있으니 캐내 보겠다며 '편법 압수수색'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 뒤 분석결과를 일주일 뒤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한 공수처에 바로 넘긴 것은 대검이 공수처의 '하청 감찰'을 벌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가 두 달에 걸친 수사에도 고발장 작성자를 찾아내지 못하자 고발사주 수사를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 명목으로 대신했다는 해석이다.
임 변호사는 "공수처의 하명 감찰이자 표적 감찰이라고 봐야 한다"며 "감찰의 경우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 절차만큼 엄격한 증거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보니 법의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이나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데 선거개입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감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최근 서울고검은 대검 감찰부로부터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 수사팀이 '편향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받아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또 대검찰청 감찰부는 윤 후보가 검찰총작 재직 시절 검찰의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과 월성원전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윤 후보를 표적삼은 감찰은 관권선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실체가 있는 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사건을 전 대변인에게 통보하지 않고 참관 절차도 생략하는 등 절차까지 어기면서 무리한 감찰을 빙자해 어떻게든 수사의 단서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적법 절차를 회피해 편법적·우회적으로 휴대폰 내용물을 확보하기 위해 대검 감찰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을 것이라는 보도 내용은 아무런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시절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하고 배포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고발됐다.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분석한 이 문건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 등 판사에 대한 신상정보와 평가가 담겨 논란이 됐다.
공수처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이 사건을 접수해 검토하다 지난달 14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입건을 결정했다. 공수처가 이른바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 후보를 입건하면서 또다시 공세에 나선 셈인데, 공수처는 법원이 지난달 윤 후보의 징계 불복 소송 재판에서 징계가 정당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 문건 작성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 점이 직접 수사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윤 후보 관련 사건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검찰이 한 차례 무혐의로 결론 낸 사건을 공수처가 다시 손을 대며 스스로 정치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