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전지구적 위협으로 등장
한국 여전히 개선점 많아
주요 국가들과 공조 필요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책이 아직까지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향후 추진과정에서 많은 고통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사는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한국대표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시하는 여러가지 대책들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과 협조와 공조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고 대사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에서 2번째로 국가 단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 탄소중립 선언, 국가감축목표(NDCs)를 상향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 온실가스 배출량 등 지표는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 온실가스 NDCs 및 2050 탄소중립을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에너지와 산업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과 비용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만의 강점으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점유율(2020년 34.5%, SNE리서치) ▲연료전지 발전량 세계 40% 점유 ▲수소차 글로벌 판매 1위 ▲에너지 저장 시스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등을 꼽았다.
고 대사는 “기후변화는 현존하는 전 지구적 위협,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인 만큼 환경 뿐 아니라 에너지, 산업, 교통, 조세, 금융, 무역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내 거버넌스 체계를 공고하게 해 필요한 과제를 점검·발굴하고 이해당사자들과 밀접한 협조·공조를 바탕으로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를 향후 정책과제 1순위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 위협이 예상보다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독일・벨기에 등은 지난 6월 10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200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7월에는 열돔현상으로 캐나다와 미국에서 폭염이 지속됐다. 중국 허난성・일본 시즈오카현 폭우도 이례적인 기후변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 대사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도 이미 전지구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90년) 대비 1.09°C 상승 했으며, 현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40년 이전에 1.5°C 지구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다”며 “OECD는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당장의 시급한 현안(Existential Threat)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이슈는 OECD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경제계는 속도 조절론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전환은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강경하게 형성되고 있다.
고 대사는 “OECD에 와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봤다. 거의 모든 회의에서 한번 이상 나오지 않는 회의는 없을 정도”라며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큰 유럽 국가들은 Climate Change에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는 Existential Threat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강경한 입장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럽국가들의 경우 각료회의 선언문 같이 중요한 문건에는 예외 없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문구를 포함해야 하고, 코로나 이후 회복도 기후변화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대사는 “반면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와 산업에 주는 충격을 고려해야 하며 규제보다는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회원국은 찾아볼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이 글로벌 메가트렌드 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OECD는 현재 총 37개 위원회와 300여개 작업반이 운영중이다. 경제, 세제, 무역, 노동 등 각종 현안을 다루는데, 거의 모든 위원회와 작업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각 국 기후행동을 모니터링하고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기후변화 이니셔티브인 IPAC(아이팩)을 도입했다.
또 지난달 27일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서는 탄소배출 저감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고 대사는 “OECD DAC 30개 회원국이 내년부터 탄소배출 저감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개도국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해서는 신규 ODA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며 “합의내용은 DAC가 이번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발표한 선언문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약속으로 신재생 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등 탄소중립 기술 지원을 확대하고 개도국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나라는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를 계기로 신규 해외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ODA를 포함한 모든 공적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선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에너지소비 변화로 석유, 가스 소매 판매로부터 세수가 2020~30년 사이에 40% 감소하므로 재정전략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위해 국경간 일관된 조치를 취하고 각 국 에너지 시장을 조화롭게 연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