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맞손...무인점포 눈길
하나·산업, 내년 공동점포 운영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대안 점포 마련에 분주하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맞서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염두에 두고 통합 점포나 특화 점포로 눈을 돌리는 추세이다. 시중 은행들은 점포 폐쇄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대체 점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쟁 업체나 이종 업종과 한솥밥을 먹거나, 무인 점포를 고도화하는 방식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다. 신한과 하나는 편의점과 손잡고 ‘디지털 혁신 점포’를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CU와 손잡고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에 'CUx하나은행‘ 특화 편의점을 공개했다. CU편의점 한편에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을 별도 마련, 지능형 자동화기기 스마트 텔러머신(STM)을 통해 간단한 입출금, 송금,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은행원과의 화상 상담도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7일 GS리테일과 함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편의점 혁신 점포‘를 오픈했다. 역시 은행원이 없는 혁신 점포로 은행직원과 화상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를 통해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이체 업무, 카드 발급, 공과금 납부 등의 80여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스마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기반의 AI(인공지능) 은행원도 볼 수 있다.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격오지와 도서 지역 위주로 금융특화 편의점을 순차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금융점포‘라는 이름의 특화점포를 2곳 설치해 운영중이다. 4분기 중에는 디지털 무인점포(가칭)를 개설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점포(무인채널)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기기를 설치해 별도 인력 없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미래형 지점 현실화에 나선다. 메타버스 활용에 앞장섰던 국민은행은 VR(가상현실) 브랜치(지점) 테스트 베드 구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연내 테스트를 완료하는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메타버스 지점 탄생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경쟁은행끼리의 합종도 어색하지 않다.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은 처음으로 은행간 공동점포를 운영한다. 공동 전산 개발이 끝나는 내년부터 산업은행 고객은 전국 650여개 하나은행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개인화된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같은 은행권의 시도는 비대면 금융 강화에 따른 선택과 집중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시중 은행들의 오프라인 점포 축소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은행이 없앤 점포수는 780여개 달한다. 올해 6월말 은행 영업점 수는 79개가 줄어든 6326개로 집계됐다. 90개 점포가 없어졌고 11개 점포가 신설됐다.
내년에도 영업점 통폐합은 거셀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1월 42개 점포를 통폐합한다고 예고했으며, 국민은행은 35곳을 기존 점포와 합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2곳, 7곳의 문을 닫는다고 예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권 편의성이 증대되고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돼, 은행 점포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그럼에도 인터넷 전문은행처럼 비대면 채널만 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효율적이고 특색있는 점포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