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제재 시 금융사와 소통" 강조
강력한 종합감사 기조에 변화 전망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에 대한 본격적인 검사 체계 손질을 예고했다. 취임 당시부터 강조했던 '규제보다 지원'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윤석헌 전 원장이 내세웠던 강력한 금융감독 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금감원이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종합검사를 돌연 유보한 데에도 이런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 원장은 3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진행된 금융그룹 회장들과의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현행 검사체계를 세련되고 균형 잡힌 시스템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종합·부문검사로 구분되는 현행 검사체계를 ▲위험의 선제적 파악 ▲사전예방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 ▲검사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에 중점을 두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실제 검사 현장과 제재 심의 과정에서 금융사와의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룹 내 저축은행 등 소규모 금융사에 대해서는 지주사의 자체 관리능력 등을 고려해 검사주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원장은 "그 동안 국내 금융그룹이 크게 발전해 왔으나 아직 글로벌 금융사와의 격차가 큰 점을 감안해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전 원장이 2018년 부활시켰던 종합검사 시스템에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2015년 진웅섭 원장 시절 종합검사를 폐지하고 이를 경영실태평가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의 업무는 물론 인사, 예산까지 샅샅이 훑던 저인망식 감독 관행이 상시감사와 선별감사로 조정됐다.
하지만 삼성증권 우리사주 매도 사태와 은행권 대출조작 사건 등 금융사의 내부시스템의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자 윤 전 원장은 결국 다시 과거의 감독 방식을 선택했다.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걸고 종합검사를 재개하며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 것이다.
정 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움직임이다. 정 원장은 지난 8월 취임하면서부터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종합검사의 날이 무뎌질 것이란 기대가 커져 왔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대한 종합검사 계획을 예고했다가 유보한 것도 이런 기류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을 이유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계획을 잠정 유보했다.
금감원은 올해 초 수립한 종합감사 계획에 따라 우리금융에 사전 자료 요구까지 보낸 상태였다. 이렇게 검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일정을 미룬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다만,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취소나 철회한 것은 아니며 일단 연기 후 일정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검사·제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