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일성·김정일이 개척한
주체혁명 위업 새겨안아"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은주의'를 내세우며 선대에 버금가는 위상을 꿰찼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통치 이념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선대 업적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씨 세습독재가 사상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전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세기를 이어 빛나는 절세위인의 업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겹겹이 막아 나서는 모진 시련과 난관, 전대미문의 도전과 방해를 강행 돌파하며 자주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승리를 향하여 용진 해나가는 우리 공화국의 강대한 위상은 지금 세인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우리 공화국의 불가항력적인 위력은 명실공히 비범한 사상·이론적 예지와 강인·담대한 혁명 신념으로 사회주의 진리성과 필승불패성을 가장 정확하고 명철하게 논증하시어 세계 사회주의 운동에 거대한 기여를 하신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업적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주의를 건설하던 일부 나라들이 추악한 사회주의 배신행위와 기회주의 독소에 의해 자본주의 복귀라는 대정치 파동에 빠져들고 사회주의의 역사적 '종말'과 자본주의의 '영원성'을 역설하는 궤변들이 세계를 어지럽히던 그 시기, 위대한 김정일 동지께서는 선행 사회주의 이론의 제한성을 극복하고 세계 사회주의 위업을 자주의 궤도 위에 확고히 올려 세울 수 있는 불멸의 대강을 마련하여 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일 동지께서는 1994년 11월 1일 불후의 고전적 노작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를 발표하시어 사회주의는 인민대중의 이상이고 정의이며 그 승리는 필연이라는 것을 과학이론적으로 논증하심으로써 세계 진보적 인민들에게 신심과 용기를 안겨주시고 사회주의를 비방·중상하던 온갖 궤변론들의 허황성과 반동성을 여지없이 발가놓으셨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위대한 김일성 동지께서와 위대한 김정일 동지께서 개척하시고 이끌어 오신 주체혁명 위업은 과학이며 그 승리도 과학이라는 것을 투철한 신념으로 새겨 안으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인민을 하늘처럼 내세우고 인민의 꿈과 이상을 꽃피워나가는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새 역사를 창조하시며 우리 공화국을 불패의 사회주의 보루로 다져주시고 세계 사회주의 운동을 믿음직하게 전진시켜나가고 계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올해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사회주의 기본정치 방식으로 채택한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선대인 김일성 전 주석·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북한이 최근 김 위원장의 독자 사상체계인 '김정은주의'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운신 폭을 넓히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신격화된 김일성 전 주석에게만 허용됐던 '수령' 표현까지 사용되고 있어 집권 10년을 맞은 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에 힘이 실렸다.
실제로 외무성은 이번 게시글에서도 "세계는 머지않아 사회주의 내 조국의 모습에서 탁월한 수령의 영도 밑에 백전백승의 혁명이론과 투쟁방략을 가지고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전진하는 나라는 불필코(기필코) 승리한다는 역사의 철리를 현실로 보게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수령'으로 칭했다.
다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정치 위상 강화가 북한 내부 문제를 가리기 위한 '분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북한 경제가 김정은 집권 10년 중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며 "식량문제, 코로나19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를 지속시켜가는 통치 방법으로 정치사상 강조를 택했을 수 있다. 체제 내구력 약화에 대해 스스로 위험성을 감지한 부분이 김정은 체제 강조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