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개봉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어벤져스' 이후 불멸의 히어로·새로운 세계관을 내세운 '이터널스'를 내놨다. '이터널스'는 그 동안 오락성 강조한 마블 스튜디오 작품에 다양성의 가치와 인류애를 강조하며 작품성을 품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온전히 득으로 작용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 MCU의 새로운 막을 여는 작품으로, 수 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인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5000년 전 우주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의 지시로 데비안츠를 멸종시키고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터널스를 지구에 보내며 시작한다.
히어로들은 인간들처럼 똑같이 감정을 느끼며 그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문명이 발전할 수록 서로를 학대하고 전쟁을 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갈등을 빚는다. 에이잭은 모든 것이 셀레스티얼의 뜻이라 관망하지만 나머지 히어로들은 죄책감을 얻는다. 이들의 리더인 에이잭은 히어로들에게 자신의 삶을 살 것을 권유하고,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현재, 데비안츠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다시 나타나 이터널스는 다시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히어로들은 기원전 메소포타미아부터, 바빌론, 아즈텍 제국, 굽타 제국 등에서 인간의 성장을 함께했다. 그리스 여신 아테나는 테나(안젤리나 졸리 분)로부터 시작됐고, 하늘을 날며 눈에서 빔을 쏘는 이카루스는, 우리가 신화로 알고 있는 하늘 가까이 날아가다 날개를 잃는 이카루스의 이야기의 모태가 됐다는 설정으로 이터널스의 존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이터널스가 곧 인류의 역사인 셈이다.
또 히어로들은 불멸의 삶과 인간을 구해낼 능력을 가졌음에도 자신들의 불완전한 존재를 고민하고 극복하려 하며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기존에는 인류를 위협하는 빌런과 맞서 싸우며 쾌감을 선사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했던 것과는 다른 노선이다.
'어벤져스'와의 연결성도 유지했다. 히어로들은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며 지구의 인구 절반이 사라졌을 때 개입하지 않은 이유 등을 설명하고, 새로운 어벤져스로 자신이 나서겠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다양성의 세계관을 극대화 시켰다. '블랙팬서'에서 흑인 히어로를 등장시켰고 '블랙 위도우'에서는 여성,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서 동양인을 원톱으로 내세웠던 것에 이어 동양인, 흑인, 청각장애, 동성애자 히어로를 통해 다양성을 확장시켰다. 이는 앞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바탕에 깔려 있다. 히어로들이 갈등하고, 셀레스티언의 말을 거역하는 것도 인간에 대한 감정 때문이다.
한국 관객들에게 무엇보다 제일 기대를 모으는 건 마동석의 등장과 활약이다. 마동석은 길가메시 역을 맡아 '부산행', '범죄도시'에서 보여줬던 시그니처 액션을 보여주며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테나와의 특별한 우정까지 보여준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마동석이 왜 인기있는 배우인지 정확히 파악해 '이터널스'에 담아냈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방탄소년단 언급과 지민이 프로듀싱한 곡 '친구'가 울려퍼지며 마동석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류 콘텐츠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의미 부여로 가득한 이 새로운 시도가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프닝부터 마블 스튜디오 전매특허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신으로 시작하며 역동성을 기대케 했지만, 흐름이 흐를 수록 '이터널스'가 지닌 메시지 무게에 짓눌려 타격감이 크지 못하다. 마블 특유의 속도감과 화려한 액션, 히어로들의 유머러스한 모습을 바랐다면 실망할 수 있다. 쿠키 영상은 두개다. 또 다른 히어로의 등장과 속편의 단서들로 이뤄졌다. 11월 3일 개봉.